임실군이 2022년 기생충 검사 결과, 감염률이 높은 지역과 섬진강 유역 주변 거주 군민, 검사 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장내 기생충 무료 검사를 실시한다. 대상 군민은 군노인종합복지관이나 가까운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을 방문, 채변 용기를 받아 대변을 채취한 후, 제출하면 된다 양성 판정을 받은 주민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3개월 이상 경과 후 재검사를 통해 완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백제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백제 왕실은 중국산 시유도기에 맹독성 복어로 만든 젓갈을 담아 먹었으며, 귀족들은 꿩고기와 식해를 먹고 양조 술을 마신 뒤 수입산 차로 숙취를 해소했다. 또, 백제 때의 밥은 시루에 쌀을 넣고 쪘으며, 서민들은 아욱죽을 자주 만들어 먹었다.
익산 왕궁리유적(사적 제408호)에서 발견된 고대 최대 규모의 대형 화장실과 화장지를 대신한 뒤처리 막대, 그리고 화장실에서 발견된 각종 기생충 이야기가 알려졌다. 때문에 왕궁리유적은 ‘화장실 고고학의 총아’라고 불린다. 백제 사비기(538~660년)에 사용되던 왕궁성 내부에 마련된 화장실은 당시로서는 최신식의 수세식 화장실이었다. 구덩이 깊이 박힌 기둥 위에 걸쳐놓은 나무판자 위에 주저앉아 볼일을 보면, 깊은 구덩이에 떨어진 오물은 흐르는 물에 의해 하수도로 모이고, 곧 성 밖으로 배출되는 위생적인 방식이었다.
가장 큰 화장실은 길이가 10m를 넘고, 깊이가 3.4m에 이르는 대형이었으니, 7~8명이 동시에 볼일을 볼 수 있는 규모였다. 왕궁에서 생활하던 관리들의 공중화장실이었던 것이다. 나무로 만든 뒤처리 막대를 불결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물을 가득 담은 항아리를 옆에 놓고 볼일을 볼 때마다 씻어서 여러 번 사용하도록 한 나름대로의 친환경 제품이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굴조사된 유적에서 기생충란이 발견된 예는 광주 신창동유적, 대구 칠곡 등에서 소량 발견된 바 있으나 왕궁리유적처럼 다량의 기생충란과 화장실유구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 사람들은 기생충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하는 것 같다”
영조 37년(1761년)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가 회충을 토한 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회충은 사람과 함께하는 인룡(人龍)이다. 천하게 여길 것이 없다” 조선시대 왕의 몸은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존귀한 존재였지만, 그런 몸에도 회충은 존재했다. 회충 감염에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었던 것은 아닐까.
2011년 서울 시내를 발굴하던 중 조선시대 사대문 안의 토양 시료에서 기생충 알이 다량 확인됐다. 기생충 알은 개천 바닥이나 골목 배수구뿐만 아니라, 육조거리(현 세종로)나 종묘 광장 등 예부터 번화하고 개방된 곳까지 다수 관찰되었다. 조선시대에 이미 토양에 다량의 기생충 감염 위험이 누적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기생충과의 공존은 비단 조선시대 뿐만이 아이다.
1963년 10월 24일 밤, 어느 병원 앞에 보호자도 없이 홀로 남겨진 채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어린아이가 발견됐다. 약 3시간 만에 당시 전주예수병원 원장인 폴 크레인(한국 이름 구바울)이 수술에 나섰다. 아이의 소장 대부분은 회충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일부가 괴사한 상태였다. 배 속에서 꺼낸 회충을 집계한 수는 1,063마리. 양동이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회충을 제거했지만, 이미 오랜 기간 감염돼 온 아이는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이는 당시 한국 기생충 감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1969년부터 1995년까지 이어진 전국 단위 검진 및 투약 사업으로 누적 연인원 3억 명 이상,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원됐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칠 무렵 인구의 90% 이상, 한 종류 이상의 기생충에 감염된 사례들까지 고려하면 100% 이상의 사람들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서 살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기생충 한 마리쯤은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인분을 비료로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비료에 섞인 기생충 알이 땅에 뿌려지고, 그렇게 재배된 채소를 먹어 기생충에 감염되고 몸 안에서 자란 기생충의 알이 대변으로 다시 배출되는 순환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1970~90년대 전반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생충, 채변 봉투, 구충제에 대한 경험담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기생충 감염은 회충 0.03%, 구충 0%, 편충 0.41%로 거의 사라졌다. 한때 한국에서 가장 번성한 공생체였던 기생충이 불과 사반세기 만에 사라진 것은 생태학적으로도 놀라운 변화이자 한국 보건 의료사의 빛나는 한 장면이다.
쌍천이영춘박사기념사업회는 회충 0% 10년 운동 회의 모습 사진을 갖고 있다. 쌍천(雙泉) 이영춘 박사(1903∼1980)는 1948년부터는 결핵, 매독, 기생충을 3대 민족의 독으로 규정하고 그 퇴치를 위해 한국농촌위생연구소를 설립한다. 그는 기생충 퇴치에 앞장섰다. 훗날 기생충 박멸 운동 시기, 한국 사회는 인분 비료를 화학 비료로 교체했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세식 화장실로 바꾸었으며, 1년에 두 번씩 전체 학생이 집단 검진, 집단 구충을 실시했고, 매년 구충제를 복용했다. 그 결과, 기생충이 사라졌지만, 사람은 못 넘는 휴전선을 넘어 북한의 말라리아가 다시 내려오거나 탈북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이 발견되기도 했다.
장내 기생충 중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날로 먹거나 오염된 주방 기구를 통해 감염되며 간과 담낭을 연결하는 담관 안에 기생하면서 소화불량, 복통, 황달, 담석증, 담낭염, 담관암 등을 유발한다. 간흡충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민물고기 생식을 피해야 하고 칼, 도마 등 주방 기구는 끓는 물에 소독 후 사용해야 한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기생충과 인간의 공존은 오늘도 계속된다.
우리가 박테리아와 공존을 논하는 사이, 보다 더 심각한 불균형이 지구 앞에 나타났다. 기후변화다. 우리의 영향 밖에서 환경(기후)의 불균형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박테리아보다 더 가파른 불균형이 아닌가./이종근
사진 익산시 왕궁리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왕궁의 대형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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