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달(空月)’이라고 하는 ‘윤달(閏月)’ 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윤2월은 양력 3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다. 속담에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 놓아도 아무 탈이 없다”고 할 만큼 윤달을 무탈한 달로 여겨, 조상의 묘소를 이장(移葬)하거나, 석물을 새로 세우는 등 묘소 정비를 많이 한다. 지금이야 상례의 간소화로 상여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초상(初喪)뿐만 아니라, 이장에도 상여를 이용했다. 그래서 윤달이 들면 이장을 하느라 마을마다 상여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실3엔 한국인의 일생을 마무리하듯,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려한 ‘산청전주최씨 고령댁 상여(국가민속문화재)’가 전시되어 있다. 편집자
이는 전주 최씨 통덕랑공파(通德郞公派) 21대손인 최필주(崔必周)의 시신을 장지까지 운반하던 기구이다. 최필주는 대단한 부자였는데 그가 죽음에 이르자 맏아들이 경남 통영의 조각공을 초청, 만들게 한 것으로 6개월에 걸쳐 제작됐다고 한다. 철종7년(1856)년에 만들어진 이 상여는 각부의 조각과 조립형태가 정교하다. 제작연대가 분명하고 구조가 특이하여 상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이다. 개인 상여로 보관하던 것을 ‘진주화단친목회’에서 구입하여 사용하다가 1994년 나라에 기증, 현재 서울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상여 명칭은 최필주의 후손 중 고령군수를 지냈던 사람이 있었으므로 관직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경남 진주에서 사용했던 이 상여는 4층 누각의 기와집 형태로 독특하다. 긴 멜대 위에 4층 기와집 형태의 몸체가 조성되고 맨 위에 햇빛을 가리기 위한 넓은 천이 쳐있다. 1, 2층 아래 부분에는 난간을 두르고 난간 위에 인물조각상을 세웠는데 망자가 외롭지않게 저승길을 함께 가는 사람들과, 저승길을 인도하는 신선으로 알려진 동방삭을 표현한 듯 싶다.
3, 4층은 몸체 위에 지붕을 얹은 모습이다. 목조건축양식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데 마치 기와집 두 채를 포개어 놓은 모습이다. 지붕의 추녀 끝에는 날개를 접은 새를 두고 4층 용마루에는 날개를 펼친 새를 꽂았는데 저승새를 의미한다. 전면에 가득한 조각과 그림들은 용, 동물, 식물, 인물 등의 문양이 다양하고 색깔도 화려하다. 3층 지붕 아래에 연꽃이 시들어가는 과정을 조각한 것이 흥미로운데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보는 듯 서글프다. 장례행렬에서 상여는 요령잡이의 방울소리와 노래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두 개의 긴 멜대 중간 중간에 횡목을 끼워 그 사이에 사람이 들어가 어깨에 메고 운반하도록 되어 있다.
“산청 전주최씨 고령댁 상여는 예서에 나오는 대여와 같이 앞뒤로 정자형으로 청룡과 황룡을 조각하여 세우고, 1층과 2층 사각 모퉁이에는 봉황을 조각하였지만, 궁궐의 월대에서나 볼 수 있는 2층 기단에다, 궁궐이나 사찰의 중요한 건물에만 쓰이는 다포 형태의 팔작지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관을 감싸는 상여의 1층은 사방을 검은색 휘장으로 두르고, 밖에는 적색, 황색, 녹색의 삼색을 둘렀으며, 그 위에 가마발처럼 장식을 했다. 그리고 단을 구성하는 1층과 2층의 난간(欄)에는 망자를 모시듯이 시립용 나무인형(木人)이 장식되어 있다. 3층에는 망자를 호위하듯이 신인(神人)이 타고 있는 12지상을 장식했다. 앞뒤로 용과 뱀이, 좌우로 양-원숭이-닭-개-돼지, 쥐-소-호랑이-토끼-말이 순서대로 위치되어 있다. 그리고 지붕 모퉁이와 추녀마루 끝에는 이승과 저승을 오고 간다는 새가 조각되어 있고 지붕에는 앞뒤로 악귀를 물리치듯이 칼을 들고 있는 희광이가 조각되어 있다.(최순권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과장)”
고령댁에서 사용한 후 개인 상여로 보관해오던 중, 1933년에 진주화단친목회에서 이 상여를 정조(正租) 15섬을 주고 구입, 공동으로 사용했다. 1982년에는 진주 개천예술제 행사의 하나인 ‘경남상여경연대회’ 및 MBC문화방송 ‘레이다 11’의 ‘묘지 : 전국토가 묘지로 - 묘지강산 만들 것인가’라는 방송에 이 상여가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화단친목회 회원이 줄어들고, 또 상례의 간소화로 꽃상여가 등장함에 따라 더이상 상여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또 상여 훼손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화단친목회에서 역사가 있는 상여의 보존을 위해 1994년 11월 25일에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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