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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한라마와 응상백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승마 '한라마'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북 도내 한 승마클럽에 분양돼 승마인들에게 공개된다. 김제 용지면 소프라 승마클럽은 최근 실시된 '한라마' 분양 경매에서 3마리를 낙찰받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한라마는 경주용 말과 제주도 조랑말을 교배시켜서 일반 승마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말로 국립축산과학원 이 지난 2009년부터 제주도에 있는 난지축산 연구소에서 진행한 1차 연구가 마무리되면서 처음 가진 민간분양이다. 이에 소프라 승마클럽이 첫 경매에 참여해 국내 첫 한라마 보유 승마장의 영예를 거뒀다.

숙종이 도화서 화원에게 명해 그리게 한 태조 이성계의 여덟 마리 말 그림인 '팔준도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응상백(凝霜白)'은 서리가 엉긴 것처럼 흰 백마여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팔준은 푸른색, 검은색, 붉은색, 자주색, 황색, 흰색 등으로 털빛이 다양하고 얼룩말도 있다. 여덟 마리 말 가운데 '유린청(游麟靑)'은 태조가 남원 운봉에서 있었던 황산대첩(黃山大捷)에서 대승을 거둘 때 탔던 말로 푸른색을 자랑한다.

 

이름 옆의 화제는 '순백색(純白色) 오자(烏觜) 오안(烏眼) 오신(烏肾) 오제(烏蹄) 산어제주(産於濟州) 회군시어(回軍時御)'이다.

응상백은 갈기와 꼬리를 비롯해 털빛이 모두 희고 부리와 눈, 발굽이 검은 제주산 말이라고 했다. '회군' 할 때 탔다고 했는데 곧 압록강 위화도에서의 회군이다. 응상백은 이성계가 조선 창업이라는 대망을 품고 위화도에서 회군할 때 함께 했던 행운의 말이다.

응상백은 이성계의 팔준마 중 유일하게 제주도에서 태어난 말이다. 당시 제주의 말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세종의 지시로 지어진 찬을 보면 짐작할 수는 있다. 당시 제주의 말은 현재의 제주마(조랑말)처럼 작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팔준도첩의 응상백은 수컷의 백마로 그려져 있다. 크고 검은 눈은 강인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응상백의 외모는 현재의 몽골말과 흡사하다. 비례상 다리는 짧고 배가 나온 편이고 귀는 작다. 반면 비례상 다리가 가늘어 보이는 것은 현 몽고말과는 다른 특징이다. 응상백을 위해 지어진 찬에는 응상백이 크고 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응상백이여, 힘으로만 칭할 것 아니라(凝霜白匪稱力) 크고 강하고 또 슬기롭네(大有顒剛且淑)

압록강 물 넘실넘실 기슭은 천척인데(鴨水湯湯岸千尺) 흰 화살 번쩍번쩍 붉은 활과 함께 빛이 나네(白羽晣晣彤弓赫) 밤에 비추는 광경이 휘황창 밝으니(照夜光景輝相燭) 줄지은 깃발이 발굽을 따라가네(央央義斾隨踠足) 단번에 삼한을 고통에서 구제하니(一回三韓骨而肉) 응상백이여 네가 고맙다(凝霜白而無斁)

 

기존 국내 승마장 말은 경주용으로 뛰다 은퇴한 뒤 일반 승마장에 넘겨져 승마용으로 사용하는 더러브렛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더러브렛같은 경주용 말은 키가 너무 커서 한국인들이 승마 때마다 공포감을 느낄 뿐 아니라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쉽게 놀라서 앞으로 튀어 나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낙마 사고의 위험이 컸다. 반면 제주 조랑말은 키가 너무 작고 왜소해서 일반 승마용 말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두 종류 말의 장점을 살려 키도 적당하고 성질이 온순하며 지구력이 강하고 훈련 능력이 큰 품종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경주용 말의 본성인 튀어 나가는 단점을 줄여서 승마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이 안전하고 쉽게 승마를 배울 수 있도록 한 게 한라마다. 한라마는 연구 과정에서 재활 능력 평가에서도 우수한 자질을 보여 향후 재활 및 치유용으로 발전 가능한 우수한 말로 평가됐다. 여전히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효휴한가./이종근(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