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사람들의 생강 심는 법: 가을이나 겨울에 밭을 갈아 준다. 2~3월에 서리가 그치고 언 땅이 풀리면 소똥이나 발품 또는 무엇으로 두게 자를 준다. 이어서 몇 차례에 걸쳐 받을 갈아 있는다. 깨진 기왓장이나 자갈 등을 골라 내어, 혹은 매우 잘고 기름지게 한다. 그런 다음 완전히 싱싱하면서 껍질이 손상되지 않은 생강종자를 가져다 종자마다 2~3조각으로 쪼개 심는다. 포기의 간격은 0.6~0.7척으로 한다. 이어 0.2척 두께로 흙을 덮어 준다. 떡갈나무의 잎이 한창 나올 무렵이 되면 잘고 연한 가지와 잎을 꺾어다가 생강을 심어 놓은 휴전에 덮어 준다. 생강싹이 돋아 나고 떡갈나무의 잎이 거뭇거뭇 썩으면 나뭇가지를 모두 걷어 낸다. 날이 가물면 물을 주고, 잡초가 나면 김매 준다.(행포지)’
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중 채소⦁약초 백과사전인 ‘관휴지(전 2권)’를 풍석문화재단과 임원경제연구소에서 완역 출간했다. 이 백과사전은 16개의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두 번째가 ‘관휴지’다.‘관휴지’는 4권 2책, 모두 4만1,142자로 구성되어 있다.
예로부터 청옥채(靑玉菜)는 무주(茂朱) 구천동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쳐주었다.‘청옥채(靑玉菜)는 호남에서 난다. 무주(茂朱) 구천동에는 2~3월이면 싹이 난다. 키가 1척 이상 되면 줄기가 청색을 띠고 둥글게된다. 잎은 여리면서 주먹을 쥔 모양이 부드러운 고사리와 유사하다. 데쳐서 나물로 먹으면 맑고 향기로우며 달고 연하기 때문에 씹어도 입술과 이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산나물 가운데 아주 훌륭한 식품이다. 그줄기가 옅은 자색을 띠는 것은 '자옥채(紫玉菜)’라 한다. 청옥채는 산나물의 하나로 추정된다. 규합총서와 송남잡지 등에 명칭이 보인다.(금화경독기)’
책의 제목인 관휴(灌畦)는 ‘휴전(畦田)에 물을 댄다’는 뜻이다. 휴전은 채소⦁약초 농사를 위한 밭의 기본 구조다. 논과 같은 모양의 밭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논보다는 규모가 작다. 번역에서는 ‘두렁밭’으로도 옮겼다. 채소⦁약초의 대부분은 휴전으로 재배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지의 제목으로 뽑기까지 했다. 서유구는 ‘관휴’라는 명칭으로 아우른 내용에서 채소 농사법을 혁신시키고자 했다. ‘관휴지 서문’에서는 “채소를 먹는 것은 하늘이 준 먹을거리에 순종하면서[順] 편안히 여기는 것”이라면서, “하늘이 준 먹을거리에 거스르면서[逆] 사람이 재주를 부려” 잡아먹는 동물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1은 ‘총서’이고, 권2는 ‘채소류’, 권3은 ‘풀열매류’, 권4는 ‘약초류’이다. 이번에 출간된 번역서에는 그림 189장, 사진 392장, 표 11개, 일러스트 39점이 수록되어, 채소류ㆍ풀열매류ㆍ약초류의 다양한 모습과 가꾸는 방법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많은 분량의 그림이나 사진이 실려 있다. 임원경제지는 풍석 서유구의 필생의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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