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최근 산지 쌀값은 20㎏ 기준 4만원 초반으로, 1년 전보다 25%가량 떨어졌다. 쌀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가격은 떨어지는 ‘풍년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최근 농자재 가격과 비료값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생산비가 늘어난 만큼 쌀값 폭락으로 인한 고통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논을 갈아엎거나 삭발 항의 등을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일미칠근(一米七斤)’이란 말이 있다. 쌀알 하나를 만들려면 농부가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쌀알 한 알 한 알이 모두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 8월 18일, 오늘은 쌀의 날이다. 쌀 미(米) 한자 획을 풀어보면 여덟 八, 열 十, 여덟 八로 형성되어 오늘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지정했고 올해로 8회째를 맞이했다.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쌀 미(米)는 숫자 팔(八)이 두 번, 즉 팔(八)+팔(八)로 벼 낟알 하나를 얻는데 여든여덟 번 손길이 간다는 뜻도 담겨있다.
조선시대에는 부자를 일컬어 천석꾼, 만석꾼으로 부르며 부의 단위를 쌀로 재단했다.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부와 권력의 기준이 됐던 쌀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흔하디흔한 식재료가 돼 버렸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12~13년을 제외하면 가뭄에서 자유로운 해가 없었고 그중 태종 15~16년에는 가뭄이 심각한 흉년으로 이어지며 제삿밥을 마련하려다 쌀을 훔친 백성이 옥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민심이 흉흉했다. 태종은 가뭄으로 인해 백성이 겪는 어려움을 자식의 덕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여겼고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세자 충녕대군에게 양위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쌀 소비가 빠르게 줄고 쌀 값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1990년도 소비량인 119.6kg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코로나19로 시작된 국제 곡물 수급 비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국제 곡물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지금, 세계는 새로운 시대의 ‘신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80%를 웃돌던 곡물 자급률이 2020년 기준 사료용을 포함해 20.2%까지 떨어지면서 식량안보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쌀의 힘은 최근 코로나19 발생 초기 다시 한번 입증됐다. 곡물창고를 담당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곡물 수출을 제한하면서 빗장을 걸어 잠그자 세계 곳곳에서 식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식품 사재기가 거의 없는 나라로 외신에 보도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것은 주식인 쌀 자급률이 평균 96%를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쌀은 위기에서 우리나라를 구했다. 정부는 수확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쌀을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쌀 소비가 줄고 재고량만 쌓이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시장격리’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일미칠근(一米七斤)’이란 말이 있다. 쌀알 하나를 만들려면 농부가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쌀알 한 알 한 알이 모두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 8월 18일, 오늘은 쌀의 날이다. 쌀 미(米) 한자 획을 풀어보면 여덟 八, 열 十, 여덟 八로 형성되어 오늘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지정했고 올해로 8회째를 맞이했다.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쌀 미(米)는 숫자 팔(八)이 두 번, 즉 팔(八)+팔(八)로 벼 낟알 하나를 얻는데 여든여덟 번 손길이 간다는 뜻도 담겨있다.
조선시대에는 부자를 일컬어 천석꾼, 만석꾼으로 부르며 부의 단위를 쌀로 재단했다.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부와 권력의 기준이 됐던 쌀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흔하디흔한 식재료가 돼 버렸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12~13년을 제외하면 가뭄에서 자유로운 해가 없었고 그중 태종 15~16년에는 가뭄이 심각한 흉년으로 이어지며 제삿밥을 마련하려다 쌀을 훔친 백성이 옥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민심이 흉흉했다. 태종은 가뭄으로 인해 백성이 겪는 어려움을 자식의 덕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여겼고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세자 충녕대군에게 양위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쌀 소비가 빠르게 줄고 쌀 값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1990년도 소비량인 119.6kg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코로나19로 시작된 국제 곡물 수급 비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국제 곡물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지금, 세계는 새로운 시대의 ‘신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80%를 웃돌던 곡물 자급률이 2020년 기준 사료용을 포함해 20.2%까지 떨어지면서 식량안보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쌀의 힘은 최근 코로나19 발생 초기 다시 한번 입증됐다. 곡물창고를 담당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곡물 수출을 제한하면서 빗장을 걸어 잠그자 세계 곳곳에서 식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식품 사재기가 거의 없는 나라로 외신에 보도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것은 주식인 쌀 자급률이 평균 96%를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쌀은 위기에서 우리나라를 구했다. 정부는 수확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쌀을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쌀 소비가 줄고 재고량만 쌓이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시장격리’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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