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에 왜 낙관이 있을까요> LA카운티뮤지엄에 채용신이 그린 고종황제 어진 납시오
LA카운티뮤지엄에서 채용신이 그린 고종황제어진이 처음으로 소개된다.
고종황제 어진은 고종황제가 승하한 이듬해인 1920년에 그려진 작품으로, 고종황제를 기리던 조선 후기 학자 간재 전우(1841-1922)를 위해 채용신이 그려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채용신 화풍으로 그려진 고종어진이 여러 점 전해 오는데, 화가의 낙관이 있는 작품이다.
간재 전우가 개인적으로 모시기 위한 어진이었기 때문에 채용신의 낙관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상체의 정면상으로, 용좌에 앉은 곤룡포 차림의 초상화다.
곤룡포의 용보는 금박무늬를 했고, 초상화의 주변은 꽃무늬와 전서체 '수복강녕'(壽福康寧)으로 치장했다. 전통 형식의 족자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채용신은 1850년 서울 삼청동에서 출생했다. 조선시대 전통 양식을 따른 마지막 인물화가로 전통 초상화 기법을 계승면에서도 서양화법과 근대 사진술의 영향을 받아 ‘채석지 필법’이라는 독특한 화풍을 개척했다. 1905년 관직을 마치고 전주로 내려와 우국지사와 유학자들의 초상을 그리는 데 몰두했다.1923년 정읍시 신태인읍으로 이주해 채석강도화소를 만들고 초상화 전문 공방을 운영하다가 1941년 정읍에서 생을 마감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LA카운티뮤지엄은 11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LA카운티뮤지엄에서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전을 갖는다.
전시는 한국의 근대 시기를 주제로 서구권 국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기획전이다.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된 이래 1910년 한일병합,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이 시기 한반도는 유례없는 격동기를 보냈다. 통상적으로 일제강점기는 ‘암흑’의 시대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이 시기는 온갖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밀려들어오면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고 융합했던 격렬한 역동기이기도 했다.
채용신 등 이 시대를 살아냈던 화가, 조각가, 사진가 88명의 작품 130여 점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 근대 미술을 서구에 소개하는 전시이다. 전체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전개되면서, 다양한 장르와 양식이 혼재하는 구성을 선보인다. 전시는 박수근 <유동>(1963), 이중섭 <흰 소>(1953-54년경)를 비롯, 이건희컬렉션 21점을 포함한 총 62점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선보인다. 출품작 중 4점의 등록문화재는 배운성 '가족도'(1930-35)를 비롯,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고희동 '자화상'(1915), 김환기 '론도'(1938), 오지호 '남향집'(1939) 등이다.
또한 풍부한 작품 설명과 에세이가 수록된 전시 도록도 출간된다. 전시는 LA카운티뮤지엄과 현대자동차의 파트너쉽 프로그램인 ‘더 현대 프로젝트: 한국 미술사 연구’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LA카운티뮤지엄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탄소년단 RM이 오디오가이드 음성녹음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직접 작품 선정에 참여하여 총 10점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녹음했다. RM의 목소리로 한국미술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도와줄 전시해설은 전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한편 LA 한국문화원은 이번 전시의 부대 프로그램으로 LACMA과 함께 한국근대영화 상영전을 열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더할 예정이다.
마이클 고반 LACMA CEO이자 왈리스 아넨버그 디렉터는 “이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조명해보고, 다른 문화와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예술가들이 어떻게 새로운 창작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격렬했던 한국 근대 시기를 고스란히 담은 당시 미술작품들을 서구권에서 선보이는 첫 신호탄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여러 협력으로 한국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 선보이고 많은 교류를 통해 이를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이종근
'한국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은교시인이 1969년 2월 18일 신석정시인에게 쓴 편지 첫 공개 (1) | 2022.09.26 |
---|---|
완주 상운리 고분, 전북 마한 대표유적으로 인정받았다 (1) | 2022.09.07 |
조선 태종 '선시(扇詩)’ (0) | 2022.08.27 |
권섭의 둥근 부채 이야기 (0) | 2022.07.08 |
[인문학 스토리] 사유(思惟) (0) | 2022.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