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가 9일부터 21일까지 센터 2층 기획전시실서 사진가 허성철 초대전 '인연~기억된다는 곳, 기억한다는 것'을 갖는다. 내용물을 한지로 출력한 작가의 작업 태도로 인해 초대전의 주인공이 됐다.
작가의 11번째 개인전으로 꾸려진 이 자리는 어머니를 여의고 난 후 우리에게 ‘인연’, ‘기억’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을 생각해보는 작품으로 전시를 이끈다. 어떻게 연을 맺고 또 무엇을 기억한다는 뜻일까. 그것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서…. 하지만 작가는 아무튼 이별은 슬프다고 한다. 그래서 남는 사람은 떠난 사람의 흔적을 부여잡고 그 관계를 오래도록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작품의 '청실홍실'은 이 전시의 테마이며 인연을 상징한다. 언젠가 부부의 연으로 맺어질 운명을 뜻하는 청실홍실.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맺어준 청실홍실을 작가는 어머니와 이별하는 수의(壽衣)함에서 봤다. 20여 년 이상 홀로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홍실이며 청실. 이제 또 다른 세상에서 청실을 만났을까?
작품'혼서지'는 신랑 집에서 신붓집으로 혼인을 요청할 때 보내는 문서다. 부모 결혼기념일이 1958년 3월 16이다. 집안 어른 간에 오간 저 문서 당신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작품 '축 결혼'은 사진 9컷을 활용, 어머니가 자식 4명과 여행 했던 지난 날을 담았다. 파란색 사진은 희망을 꿈꾸고 있음을 상징한다.
'신발장'이란 작품은 달랑 신발 3개만 보인다. 그리고 20년도 더 지난 아버지 낡은 구두. 월하노인이 연결해줬다는 청실홍실의 인연. 어머니는 그 인연의 끈을 켜켜이 먼지 쌓인 신발장에 담고 있었다. 아버지는 1997년에 돌아가겼는데 어머니는 청실홍실로 엮어진 인연의 끈을 소중히 여겼나보다.
작품'사랑해요'는 보면 볼수록 눈시울이 다 뜨겁다. 어쩌면 2020년 9월 4일(금). 오후 3시, 초점 없는 눈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어머니를 가슴 깊이 안아주며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해야 했다.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이처럼 때늦게 이별의 아픔이 가슴을 짓눌러 올 줄 몰랐을까?
작가는 전시장에 25장의 사진과 함께 60년이 넘은 실제 청실홍실, 그리고 손떼가 뭍은 어머니의 거울 등 유품도 선보일 생각이다.
작가는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다큐멘터리사진전공으로 10회(2000년 가족전~2019년 이것이 사진인가 등)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전주를 기록하다' 1. 2, '희망을 품다' 등 책자를 펴냈다. 작품은 전주지방법원, 청목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그런 기억의 결과물이다. 각인된 것, 잊힌 것, 잊힐 것들의 기록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파편들, 그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한 곳에 담았다"면서 " 치사랑 없다는 내리사랑. 내가 받은 모든 사랑만큼 내리사랑하고 있는지 기록된 기억의 끝에서 되돌아본다"고 했다./이종근기자
'작업실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북의 불꽃Ⅱ'전, 청목미술관서 김스미 등 4명 전시 (0) | 2022.08.18 |
---|---|
완주 봉강요 전시관 '산속 깊은 미술관'에서 방화선 선자장 초대전 (0) | 2022.08.16 |
경기도 양평군립미술관으로 간 전북미술 (0) | 2022.07.31 |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작가 하반영 화백...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더 많은 작품 남겨야죠 (0) | 2022.07.21 |
'탄소 섬유와 스테인드 글라스를 접목하다'전주갤러리 한옥 김성희 초대젇 (0) | 2022.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