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북스토리

이옥(李鈺)의 '포호처전(捕虎妻傳)'

이옥(李鈺)의 '포호처전(捕虎妻傳)'

조선 후기에 이옥(李鈺)이 지은 전(傳). 이옥의 친구인 김려의 '담정총서(潭庭叢書 )에 실려 전하는 이옥의 '매화외사(梅花外史 )에 실려 있습니다.

'정읍산성(井邑山城) 밑에 살고 있는 숯장수의 아내가 홀로 집을 지키다가 해산을 했는데, 밤에 호랑이가 침범해 왔다.

처음에는 막 낳은 강아지 두 마리를 주어 호랑이를 달래려 했으나, 호랑이가 탐욕을 거두지 않자, 그 탐욕을 더 이상 조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계책을 써서 호랑이를 쫓아 버리려고 마음 먹었다. 그리하여 화로 속에서 달구어진 돌을 솜에 싸서 호랑이에게 던져주었다.

호랑이는 그것이 강아지인줄 알고 씹지도 않고 삼켰다. 목구멍에 넘긴 뒤에 비로소 뜨거운 것을 알고 날뛰다가 죽었다. 숯장사가 돌아와 보니, 마당에 큰 호랑이가 쓰려져 있기에 관가에 고하였더니, 관가에서는 그 아내에게 쌀 한 섬과 장미역 등을 내렸다'

는 줄거리이다. ​이 이야기는 아주 짧고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여러 가지 교훈이 담겨 있다.

비록 연약한 여자가 혼자 호랑이의 침입을 당했지만, 막다른 곳에 이르면 호랑이를 물리칠 수 있는 담력을 발휘하여 기지를 낼 수도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리고 우리 나라 민중 여인의 강인한 생활력을 보여 주고 있다. 또 호랑이는 당시 백성들을 괴롭히는 탐학한 관리로 볼 수도 있다. 백성들이 계속 당하다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백성들도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 탐학한 관리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정읍산성 밑에 숯장수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다른 가족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이 단지 아내와 함께 단둘이 살고 있었다. 그 집엔 오직 개 한 마리가 있을 뿐, 사방 10리를 돌아보아도 이웃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깊은 산골이었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홀몸이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해산하게 될 무거운 몸이었다. 숯장수는 숯을 당에다 지고 곧장 장터로 갈 때 아내에게 이르기를,

“내가 나가지 않으면 미역과 쌀을 구하지 어렵지 않소. 오늘은 비록 밤이 늦더라도 반드시 돌아올 테니 기다려보시오.”

하였다. 그러나 이날 공교롭게도 요란한 무뢰와 함께 굵은 빗발이 쏟아져 그의 숯은 팔리지 않았다. 조금 벌려 하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먼 부락까지 헤매게 되어 일찍 돌아올 수 없었다.

그날 밤 그의 아내는 아기를 낳았다. 개 또한 새끼 세 마리를 굴뚝 옆에서 낳았다. 집안에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싸라기가 조금 남았고 숯은 나무로 대신 쓸 수가 있었다. 그제야 불을 화로에 피고 질솥을 얹은 후 숯불을 피워 방에서 죽을 끓였다. 그때 갑자기 크나큰 호랑이가 나타났다. 문을 가로막은 채 바로 들이닥칠 기세였다. 아내는 겨우 일어나 개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다.

“내 아들은 사람이고 네 아들은 짐승이니, 어미의 사정이야 별다른 것이 없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경중이 없지 않으니, 너는 나를 원망 말라.

하고는 새끼 한 마리를 호랑이에게 던지며,

“산짐승이 주렸는가 봐. 내 네게 한 주먹 고기를 주노니, 어서 돌아가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라.”

했다. 호랑이는 입을 벌리고 받아먹되 마치 학이 밥 받듯이 쉬웠다. 호랑이는 그리고 나서도 떠나지 않았다. 아내가 다시금 또 한 마리를 던지자, 또 받아먹었다. 그러고도 또 가지 않고 배불리 먹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는 혼자 생각하기를,

‘개새끼 세 마리 가운데 내가 이미 두 마리를 없앴으니 마저 줄 수도 없으려니와 또 저놈의 욕심을 더 채울 수도 없겠으니, 하는 수 없이 꾀를 써서 쫓아버려야 하겠군.’

하고, 살그머니 해진 솜에다 화롯불 속에 든 돌덩이를 싸 가지고 던졌다. 호랑이는 이것도 개새끼인 줄 알고 씹지도 않은 채 삼켜 버렸다. 솜덩이가 목구멍을 넘어간 뒤에야 비로소 뜨거움을 느끼고 그제야 곰ㆍ사자가 날뛰듯이 뛰며 괴로워하다가 죽어버렸다.

그 다음날 새벽이었다. 숯장수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산후에 아무런 일이 없고 큰 호랑이는 뜰에 자빠져 있었다. 재빨리 관가에 가서 고했더니 관가에서 그 아내에게 쌀 한 섬과 간장ㆍ미역 따위를 많이 내리고 호랑이의 가죽을 벗겨 갖고 가 버렸다.

후자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아아! 슬프도다. 호랑이의 죽음이야말로 당연한 일이로다. 호랑이가 바야흐로 그 집 방안을 들여다볼 때 그의 눈앞에서 꼬무락거리는 것은 모두 고기 아닌 것이 없었으므로 그 눈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정말인 것이다.

그러므로 호랑이는 만약 죽음의 함정에 빠져서도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전날에 만약 숯장수가 집을 지키고 있었던들 호랑이는 결코 덤벼들지 못했을 것이며, 비록 덤벼들었다 하더라도 감히 잡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는 단지 여자의 몸인 만큼 갑자기 호랑이를 많은 사람 가운데서 만났다면 금새 무서워서 눈을 감고 먼저 달아나 버렸을 것이니, 어찌 감히 호랑이를 쫓을 계교를 생각할 사이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혼자 몸으로 아닌 밤중에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장사의 공을 이루었으니 이는 때가 다가오게 되면 약한 자도 강한 자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생각으로서 능력이 미치지 못할 일에는 강한 지도 역시 어찌 할 수 없는 법이다. 옛글에 이르기를 ‘걱정은 소홀한 데서 난다.’ 하였으니, 그야말로 이 호랑이를 두고 이른 것이었으며, 병법에 이르기를 ‘죽음을 땅에 둔 연후에 살 길이 트인다.’하였으니, 이는 바로 이 숯장수 아내를 이름이로다'

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4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