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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조선 후기 남원윤씨, 남편 죽은 지 100일 되던 날 ‘명도자탄사’를 짓다

 

그 모습과 말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고 행동 하나 추억 하나 발자취와 손때가 이곳저곳 굽이굽이 말자 한들 잊을 길이 전혀 없고 서러워 말자 한들 즐길 일이 무엇인고 오늘이 어제 같으니 내일 인들 다를쏘냐 밤빛은 적막하고 냉기가 사무치니 삼경이 지난 후에 이부자리 펼쳤으니 근심으로 홀로 서니 그림자만 좇을 뿐이고 간장이 끊어지고 눈물이 마르지 않네(‘먼저 간 남편에게-명도자탄사 중에서’)

조선 후기 남원윤씨(南原尹氏)가 지은 가사 명도자탄사’. 남편을 여읜 슬픔과 안타까움을 담았다. 작가는 남편이 죽은 지 100일 되던 날 명도자탄사와 유서 아홉 통을 남기고 독을 마시고 자결했다고 전해진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학진흥원은 410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를 갖는다.이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창작계승되고 있는 여성 가사문학인 내방가사를 대상으로 한 기획전시다.

이 전시는 1794년 창작된 쌍벽가부터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90여편의 내방가사와 더불어, 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여성 잡지, 여성 교과서 등 172260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한글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삶과 시대를 적극적으로 기록한 문학이다. 그간 조선시대 여성의 문화를 다루는 전시에서 내방가사가 간헐적으로 선보였지만, 여성이 남긴 한글 기록이라는 점을 앞세워 가사의 노랫말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1794년 창작된 쌍벽가/부터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90여 편의 내방가사와 더불어, 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여성 잡지, 여성 교과서 등 총 172260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3부로 구성된 전시장은 1내방 안에서’, 2세상 밖으로’, 3소망을 담아로 조성됐다. 1부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펼쳐지는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어머니의 아들자랑,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시누이-올케의 갈등 등 다양한 내방가사를 만날 수 있다. 내방 안에서는 여성들이 내방에서 한글을 통해 실로 다양한 감정의 목소리를 뱉어냈음을 보여준다. 자식을 잘 키우고 집안을 일으킨 당찬 여성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그리움에 사무치거나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슬픔을 겪은 여성의 애절한 목소리도 있다. 또 남성 못지않게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나, 시어머니·시누이와 겪는 갈등 등을 통해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원 윤씨가 남편을 떠나보낸 후 내면의 슬픔을 절절하게 적은 '명도자탄사'도 마찬가지다. 전시에는 남원 윤씨가 직접 쓴 원본이 아닌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시댁에서 엮은 책에 수록된 작품이 소개된다.

2세상 밖으로는 근대와 식민지라는 격동의 시대에 직면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다. 남녀평등과 학교교육을 주장하는 해방가’, ‘위모사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여성들의 역사교육 교과서였던 수종의 한양가를 볼 수 있다. 3부는 가족이 잘되길 기원하는 여성의 마음과,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창작되고 있는 내방가사를 소개한다. 지금도 내방가사 창작과 향유를 이어가는 내방가사 작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가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와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내방가사는 가사문학 중에서 가장 늦게 학계의 주목을 받은 장르이다. 이번 전시에는 12편의 신자료를 대거 공개하는 한편, 현전하는 가장 긴 14m 길이의 내방가사 헌수가를 소개한다.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로는, 내방가사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남성을 화자로 한 계녀가 계녀통론과 함께, 변형된 계녀가인 모녀 서로 이별하기 애석한 노래라가 있으며 먼저 죽은 딸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잊지 못할 내 딸이라등 문학성이 풍부한 가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계녀가는 시집가는 딸을 가르치는 노래다.

아울러 네 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덴동어미의 비극적 삶을 그린 <뎬동어미화전가>화전놀이에서 뎬동어미를 비롯한 여성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해하는 연대감을 묘사한 내방가사의 백미로, 전시실에서 화사한 벽면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