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그림은 예부터 ‘액’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로 활용됐다. 백수의 왕 호랑이는 힘과 용맹을 상징하며 산신(山神), 산군(山君)으로 일컬어지는 등 신수(神獸)로 여겨졌다. 날카로운 이빨과 혀를 있는 힘껏 드러낸다. 성난 눈빛을 하고 발톱을 세운다. 꼬리 끝까지 단단하게 느껴지는 몸체를 가진 호랑이가 절벽 위에서 “어흥” 포효한다. 일제강점기 때 활동한 우석 황종하의 호랑이 그림 옆에 쓰인 화제는 ‘맹호일성백수병식(猛虎一聲百獸屛息)’. ‘맹호 한번 울부짖음에 뭇 짐승들 숨을 죽인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때, 호랑이 그림이 용기를 준다.
'황호랑이' 황용하 등 4형제
우석(友石) 황종하(黃宗河, 1887~1952)가 그린 ‘맹호도’는 맹렬한 호랑이의 특징을 잘 포착한 작품이다. 그는 호랑이 그림을 잘 그려 ‘황호랑이’로 불렸다.
특히 호랑이그림을 잘 그려 해방 후 외국사절의 선물용으로 종종 뽑히기도 했다. 황종하는1887년 개성출신으로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여 호랑이 그림에 뛰어났다.
우석 황종하, 우청(又淸) 황성하(黃成河, 1891~1965), 국인(菊人, 국촌) 황경하(黃敬河, 1895-?), 미산(美山) 황용하(黃庸河, 1899-?) 등 형제 4명이 모두 그림에 뛰어나 ‘황씨 사형제’라고 불렸다.
1922년 2회 문인협회 주최의 ‘문인서화전(文人書畵展)’에서 초서(草書)가 입선되면서 서화가로 활동했다. 1922년 12월 2일 동생들인 황성하, 황경하, 황용하와 함께 고향인 개성의 동본정(東本町) 452번지에 송도서화연구회를 열고 학생을 모집, 서화교육을 실시했다.
1923년 남산 경성미술구락부에서 ‘황씨 사형제전’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수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1924년에는 전북 군산으로 내려가면서 송도서화연구회를 군산 개복동으로 옮기고 명칭도 서화연구소(書畵硏究所)로 바꾸어 운영하였다.
1924년 5월 황종하, 황용하의 작품을 비롯, 송도서화연구회 학생들의 작품을 포함한 제1회 작품전람회를 개최했다. 1926년 1월에는 군산 공회당에서 ‘황씨 사형제전’이 있었고, 12월에는 마산에서 ‘사형제전’이 열렸다. 1927년 5월에도 군산 공회당에서 ‘황씨사형제전람회’가 열렸다. 1930년 12월에는 군산에서 동아일보와 매일신보의 후원으로 ‘황씨사형제서화전람회’를 개최하였다. 또 고향인 개성지역의 여러 전람회에도 동참했다.
그는 중국 역대 유명화가를 사숙하여 형제들 중 가장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특히 위를 응시하며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의 용맹한 모습을 표현했다. 얇은 필선으로 털을 세심하게 표현하여 사실성을 강조했다.
작품 속 호랑이의 모습은 용맹스러우면서도 위엄이 느껴진다. 또한 그는 수염 하나하나까지 사실적으로 세밀한 표현을 위해 주로 비단에 그림을 그렸으며, 이렇게 그려진 그의 호랑이는 가만히 있는 정적인 호랑이가 아닌 포효하는 느낌을 주며, 생동감이 느껴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은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호랑이 나라’ 특별전을 선보인다. 전시에 소개되는우석 황종하가 그린 ‘맹호도’는 맹렬한 호랑이의 특징을 잘 포착한 작품이다. 전시는 용용하의 '맹호도'를 비롯한 유물과 영상 70여 점이 관객들과 만난다.
소제 이상길
소제 이상길(昭齊 李相吉, 1901-1959)은 정읍 출신으로 전주에서 주로 활동한 근대 서화가이다. 그는 우석 황종하에게서 그림을 배웠으며, 특히 화조화와 사군자, 호랑이 그림에 뛰어났다. 이상길의 화조영모에 대한 사실묘사 능력은, 호랑이 그림에서 그의 예술적 기량과 독창적 필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호랑이를 직접 사생하고 그려낸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호랑이의 유연함과 얼룩무늬, 포효하는 얼굴과 수염의 묘사가 섬세하고 사실적이다. 잔잔한 털의 묘사나 빛깔의 적절한 효과가 유연한 담채의 활용으로 호랑이의 특징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이상길의 산수화를 보면 같은 시기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과는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전통 한국화의 관념적인 특성위에 사생을 통하여 근대적인 시각을 조화시킴으로써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창출하였으며 전환기의 한국회화 상황과 특징을 잘 보여주는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서병갑, 추교영, 조중태
우석 황종하의 수제자인 난곡(蘭谷) 서병갑(蘭谷 徐炳甲, 1900∼1938), 그리고 추경(秋耕) 추교영(秋敎榮, 1921~1993), 우당(又堂) 조중태(趙重泰, 1902~1975)의 호랑이 그림도 유명하다. 서병갑은 황종하가 지도하는 군산서화연구소에서 서화를 배웠다. 문화생중에서도 서병갑은 가장 훌륭한 제자였다. 사군자, 영모화 등을 그렸는데 특히 호랑이 그림으로 유명하다. 추교영은 군산 출생으로 전북에서 활동한 한국화가이다.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전주북중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 주로 호랑이, 원숭이 등을 그렸다. 우당 조중태는 부안 출신으로 전주에서 활동한 서화가이다./이종근기자<그림 이미지 미술관 솔,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우석 황종하의 맹호도
우석 황종하의 맹호도
소제 이상길의 맹호도
난곡 서병갑의 맹호도
추경 추교영의 호랑이
우당 조중태의 호랑이
그림 순서:황종하의 맹호도, 황종하의 맹호도, 이상길의 맹호도, 서병갑의 맹호도, 추교영의 호랑이, 조중태의 호랑이
소제 이상길(1901-1959) 맹호도
난곡 서병갑(1990-?) 맹호도
추경 추교영(1921-1993) 호랑이
우석 황종하(1887-1952) 호랑이
우당 조중태(1902-1975)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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