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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부안 개암사 괘불을 그린 호남 대표 '화승(畵僧)' 의겸과 활연스님





국립중앙박물관이 7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갖는 '조선의 승려 장인’ 전은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한 자리다. 이번 특별전엔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145건(15개 사찰 출품작 54건 포함)이 나온다.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이 1770년(영조 46)에 그린 ‘송광사 화엄경변상도’(국보) 서울 전시는 처음이다. '붓의 신선’이라고 불린 화승 의겸이 1729년에 제작한 보물 ‘해인사 영산회상도’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의겸은 호남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보여준 화승(畵僧)이다. 여수 흥국사의 십육나한도는 1723년에 화승 의겸 스님이 그린 것으로 자유로운 존상 자세와 짜임새 있는 배치, 새로운 도상의 수용, 수묵화기법의 활용 등 조선 후기 십육나한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높이 13.17m의 부안 개암사 괘불(보물)은 1749년 제작됐다.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의 석가삼존(釋迦三尊)을 중심으로 삼고, 상단에 다보여래와 아미타불,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그려 칠존상(七尊像)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괘불을 그린 화폭은 너비 30cm의 삼베 스물여덟폭을 이어서 만들었으며 그 위에 화려하고 현란한 ‘컬러풀’ 채색이 부처와 보살상을 덮고 있어 압도감이 대단하다.
만드는 과정도 예사롭지 않았다. 하단에 적힌 화기(畵記)를 보면, 일반 신도와 승려 250명이 발원했으며, 18세기 당대 최고의 불화 작가였던 승려 의겸(義謙)을 수장으로 삼고 영안(永眼), 민희(敏熙), 호밀(好密) 등 화승 12명이 함께 팀을 꾸려 완성시킨 작품이라고 나와 있다.
1749년 영산회(靈山會) 의식에 쓰는 ‘영산 괘불(靈山掛佛)’로 만들어졌으나, 개암사에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사찰 의식 외에도 후대 기우제를 지낼 때도 사용됐다고 한다. 19세기 부안 지역에 가뭄이 계속되자 괘불을 걸고 부처에게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제를 청해 곧장 비가 온 사실이 여러 차례 기록에 나온다. 괘불과 같은 크기의 밑그림인 초본(草本)도 함께 전해지고 있어 미술사적 가치가 크다.
화련스님도 불화로 호남에서 획을 그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화엄경변상도(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국보)는 1770년에 그려졌다. 이 작품은 미타회(彌陀會)라는 불교결사단체가 발원하여 무등산 안심사에서 화련(華蓮)스님을 비롯, 12명 화승들의 참여로 제작이 되었고 그림이 완성된 이후 송광사로 옮겨와 소장하고 있다./이종근기자

의겸이 그린 부안 개암사 괘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