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최근들어 태안 청포대해수욕장 갯벌에서 발굴한 용머리 모양의 기와 ‘취두(鷲頭)’가 경기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태안 청포대해수욕장 갯벌에서 왕실 건물에 쓰이는 대형 취두 2점을 최근 발굴했다. 조사 결과, 기와의 상하부를 구성하는 2점으로, 하나로 맞춰지는 한 세트다. 접합 시 높이는 103cm, 너비는 최대 83cm다.
취두를 구성하는 일부 기와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조선 전기의 취두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실 전용의 장식기와가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것은 서울 지역에서 제작된 장식기와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 3남 지역의 왕실 관련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운반하던 중 태안 해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와만드는 관청인 와서 소재지 서울에서 만든 기와들을 배로 싣고 운반하던 도중, 바닷물길이 거세고 수면아래 바위가 많은 태안 지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와서(瓦署)는 와장(瓦匠) 40명과 잡상장(匠) 4명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장식기와는 지붕면이 만나는 지붕마루 위에 얹어서, 건물의 권위와 위용을 나타내는 것들이다. 이 중 취두 용마루의 양쪽 끝부분에 올리는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다. 조선시대에는 궁궐 등 권위 있는 건축물의 지붕에 제한적으로 취두, 잡상(雜像:지붕위 네 귀에 덧얹는 짐승모양 기와) 등 장식기와를 사용했다.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인 취두는 주로 위·아래로 나뉜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분리해 만든 다음, 지붕에 얹을 때는 쇠못으로 상하를 고정하여 연결했다. 잡상은 추녀마루 위를 장식하는 여러 가지 모양의 기와로 장수상을 맨 앞에 배치한다. 발견된 취두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커다란 용의 머리 위에, 작은 용 한 마리와 나선형의 오목새김한 선 '음각선'이 표현되어 있다.
용의 얼굴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위엄이 있으며, 움직임에 생동감이 넘치고 비늘이나 갈기, 주름의 표현 역시 정교하다. 이 취두는 중국 명나라(1368~1644년) 사찰인 북경 지화사(智化寺)의 정문(正吻:사자머리 짐승이 입 벌리고 용마루 물고 있는 형상)과 유사하고, 2008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 숭례문에 놓인 취두의 형태와 문양이 같은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만든 장식기와를 전주 경기전과 같이 지방에 있는 왕실 관련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배로 운반하던 중 태안 해역에서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동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한양의 와서(조선 왕실용 기와나 벽돌을 만드는 관아)에서 제작된 취두를 전주 경기전 같은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남부지방으로 옮기던 중 운반선이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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