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은 7일부터 10월 17일까지 완주 전북도립미술관 5전시실에서 '천칠봉, 풍경에 스미다'를 갖는다.
한국 근현대 서양 화단의 대표적 풍경화가 중 한 명인 천칠봉(千七峰, 1920~1984)을 회고한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지역미술계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전북 미술의 인물과 작품, 사건을 탐구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전북미술의 현장”과 “전북미술사” 시리즈를 마련했다. 20세기 중반에서부터 출발한 다채로운 지역의 미술 실천을 새롭게 발굴·수집·연구하고 깊이 있게 조명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올해 전북미술사 시리즈의 주인공은 전북 전주 출신의 풍경화가 천칠봉이다.
1920년 전주에서 태어난 천칠봉은 양화를 보기도 배우기도 어려웠던 시절, 풍경을 보는 것으로 서양의 미술을 배웠다. 전주의 경기전과 한벽당, 덕진 못을 그렸으며 다가공원에서 바라본 시가(市街)의 풍경을 그렸다. 지역 서양 화단의 1.5세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천칠봉은 50년대 말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상경한다. 이후 극사실주의 회화의 선구자인 손응성(1916-1979),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변시지(1926-2013)와 함께 창덕궁 뒤편 동산인 후원(後苑)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은 ‘비원파’(祕苑派)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천칠봉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9번을 내리 뽑힌 ‘관전파’ 작가로, 소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국전’(國展)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61년 으로 국전에 처음 입선한 후 69년까지 9년 동안 입선과 특선을 하고, 81년까지 추천작가와 초대작가로 매해 전람회에 초청되었다. 77년에는 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한다. 1963년에는 고전주의 구상계열 화가 모임인 목우회(木友會)가 주최한 제1회 공모전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합동통신사장상’을 수상하고 목우회원으로 추대된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말까지 국책(國責) 사업으로 추진되었던 ‘민족기록화’ 작가로 참여한 바 있으며, 남원 “만인의총”의 '만인의사 기록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사실주의적 풍경화로 시각적 재현에 충실한 보수적인 구상 작가로 평가된다. 천칠봉이 그린 풍경을 보는 것은 단지 작가가 본 것을 다시 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지칠 줄 모르는 본다는 행위를 의식하는 것이다. 천칠봉은 본다는 경험을 풍경의 연쇄로 강조하고 있다. 동일한 풍경을 반복하면서도, 구도를 바꾸고 확대하거나 축소하고 모로 비틀거나 세부를 대체하였다. 전시는 비원과 고궁 그림을 비롯하여 전국의 산야와 바닷가를 그린 100여 점을 작품으로 천칠봉 예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천칠봉이 전북 시기에서부터 평생 천착했던 양광(陽光), 녹음(綠陰), 계절감, 정물의 정취 그리고 야외 사생을 살피기 위해, ‘50년대 전북의 서양화가,’ ‘비원과 서울 근교의 풍경,’ ‘전국의 산야와 바닷가,’ ‘정물화와 꽃 그림’으로 나누어 그의 예술 여정을 따라 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사이사이 다양한 기록과 미술 자료를 보여주는 아카이브 테이블을 구성하여 천칠봉 예술을 보다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다채로운 ‘아트 토크’ 시간도 마련했다. 19일에는 이경성 평론가상을 수상한 김현숙 미술사가가 천칠봉의 예술세계를 설명하는 강연을 시작으로, 70년대 중후반 천칠봉과 함께 야외 사생을 다녔던 원로작가 이동근 화백의 기억으로 천칠봉의 사생 여행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음달 1일에는 한국 1세대 상업화가 중 한 명이었던 천칠봉의 화랑활동을 되돌아보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미술컬렉션과 미술애호가라는 주제로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의 저자 황정수 미술컬렉터와 전주 솔화랑 서정만 회장이 대담을 진행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도립미술관에 전화하여 예약하면 된다. 전시연계행사는 코로나 확산 양산에 따라 일정이 변동되거나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
김은영 전북도립미술관장은 “풍경화로 한국 사실주의 구상 미술의 실천을 대표했던 천칠봉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 라며, "앞으로 전북 미술의 토대를 이해하고 한국 미술사의 여백을 채워 지역문화의 자긍심을 북돋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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