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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장수산 곱돌, 단순한 식기 제품이 아닌 문화재의 재료로 쓰였네

공주 무령왕릉 석수와 지석, 완주 갈동 동검동과 거푸집의 재질 '장수산 곱돌' 각섬석암으로 나타나

공주 무령왕릉 석수(국보 제126호)와 지석(국보 제163호), 완주 갈동 동검동과 거푸집(보물 제2033호)의 재질이 각섬석암 이른 바 '장수산 곱돌'로 분석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백제 제25대 왕인 무령왕과 왕비가 묻힌 무령왕릉은 1971년 7월 8일 배수로 공사 중 우연한 기회에 발견됐다.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무령왕릉에서는 108종 4,687점의 유물이 출토됐으며, 이 가운데 12건 17점이 국보로 지정됐다.

출토된 유물 중 지석은 무덤의 주인이 무령왕이라는 정보 외에 왕비의 장례와 합장한 연도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백제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국립공주박물관이 펴낸 '무령왕릉 신(新)보고서'에 따르면 석수와 지석 재질은 화성암의 일종인 각섬석암으로 동일하다.

각섬석암은 공주 일대에는 산지가 없고, 전북 장수에서 많이 나온다고 적시했다. 이른바 '곱돌'이라고 하는 돌이 각섬석암이다.

장수 인근인 남원 아영면에서도 각섬석암이 산출된다.
이 보고서는 공주에서 100㎞ 이상 떨어진 장수나 남원에서 돌을 조달해 석수와 지석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완주 갈동 동검동과 거푸집(보물 제2033호)은 우리나라 청동기문화와 주조 기술을 이해하는데 아주 귀중한 자료이다.

갈동 유적은 초기철기시대의 분묘 유적으로 2003년과 2007년 2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했다.

청동기와 철기가 함께 나와 한반도 서북지역의 철기문화가 한강 이남 지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완주 갈동 출토 동검동과 거푸집’은 갈동 1호 토광묘에서 출토된 거푸집 2점이다.

한 점은 세형동검의 거푸집만 새겨져 있고, 다른 한 점은 동검과 동과(銅戈)가 양면에 새겨져 있다.

출토 고분의 편년 및 거푸집에 새겨진 세형동검의 형식 등으로 볼 때, 이 유물은 기원전 2세기경에 실제로 사용된 후 무덤에 매납된 청동기 제작용 거푸집에 해당한다.

이 거푸집의 석질은 각섬석암으로 분석됐으며,  장수군 일대에서 산출된 석재로 추정됐다.

'문화재 38호(2005)'의 '완주 갈동유적 출토 청동기 용범의 재질 특성 및 산지 해석(이찬희, 김지영, 한수영)'은 갈동유적에서 출토된 세형동검 용범 1조를 대상으로 재질 특성 분석과 원료의 산지를 해석했다.

이 용범과 동일한 재료의 산지를 추정하기 위해 유적 주변의 광역적인 암석 분포를 조사한 결과, 직선거리로부터 약 50km 떨어진 장수군 장수읍 대성리, 식천리 및 번암면 교동리, 남원시 아영면 일대리에서 용범과 동일한 각섬석암 또는 반려질암의 산출지를 확인 두 암석 간에 재질의 유사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산출되는 각섬석암은 재질이 부드럽기 때문에 가공성이 뛰어나다.

즉, 활자나 미세한 문양을 조각하기에 다른 암석보다 용이하고 금속광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열전도율이 역시 뛰어나다.

바로 이같은 장점 때문에  용범 제작의 원료로 선택되었을 터이다.

이 지역의 각섬석암은 현재까지도 채석되어 석제 식기제품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주변에는 이들의 가공공장이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거푸집의 석재는 장수군 일대보다는 활석광산이 소재하고 있는 완주지역에서 자체 조달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동의보감>에서 곱돌은 ‘활석’이라고도 불리며, 방광에 염증이 있거나 몸 안에 열 기운이 있을 때 열을 식혀 주면서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성질이 있다.

또, 일반 돌과 달리 열을 받아도 깨지지 않는 것이 특징인 곱돌은 미네랄 성분과 원적외선을 방출해 음식물의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 시키며, 보온성이 뛰어나 그릇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과거 전북 장수에 귀양을 간 전 금부도사 최재민이  곱돌을 숙종에게 진상했고,  곱돌 판에 구운 고기 맛에 감탄한 숙종은 그의 죄를 사면해 주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부여 군수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29호)은 6세기에 곱돌로 만들었으며, 4각형의 높은 대좌 위에 앉아 있는 백제 특유의 불상이다.

신라의 중심 월성과 황룡사지 등지에서도 곱돌 조각 등이 자주 출토된다. 조선조에 실록을 보면 돌솥 요리가 왕의 수랏상에 올랐으며, 곱돌은 왕이 신하들에게 하사한 기록이 보일 정도로 상당히 귀한 물건이었음에 틀림없다./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