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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새통

군산과 익산 등 지도로 본 ‘한국 중소도시 경관사’ 발간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광복 이후 현재까지 150여 년 동안 급격하게 변모해온 한국 중소도시 10곳의 경관(景觀) 변화를 담은 ‘한국 중소도시 경관사’를 발간했다. 이 책에서 주제로 삼은 중소도시 10곳은 경주・공주・나주・강릉・충주・수원・춘천・군산・익산・김천으로, 경관 변화가 사람들의 삶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으며, 그 풍경이 품은 의미와 시간, 목적은 무엇인지 살폈다.
‘경관’이란 눈에 보이는 경치, 풍경을 의미하는 지리학 용어로, 한 지역의 자연환경과 그 지역을 차지하고 이용해온 인간의 역사를 포함하는 단어이다. 이 책의 주제인 ‘경관사(景觀史)’는 바로 경관이 형성되고 변화한 과정을 추적한 것이다. 또한 지리학에서 일반적으로 ‘중소도시’란 대개 인구규모가 5만 명 이상에서 100만 명(어떤 학자는 30만 명까지만)까지의 도시를 말한다. 이 책에서 지칭한 중소도시는 단순히 인구 규모로만 분류한 것이 아니라 대도시에 상대되는 용어로 사용했다. 지금까지 학술 연구와 사회적 관심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었던 데 반해 이 책에서는 소멸되어 가는 중소도시에 대한 연구과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했다. 1960년대 전체 20%에 불과했던 수도권 인구는 현재 절반을 넘어섰다.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전국 20대 대학 30%, 의료기관 51%, 정부투자기관 90%, 예금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현재 104개로 전체 46.1%이다. 소멸위험지역은 인구의 유출입 등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으면 약 30년 후에는 해당 지역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코로나19로 수도권의 인구유입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 중소도시의 지역 산업을 살리기 위해 2007~2013년 1500억 원을 들여 물리적인 노후화 개선에 주력했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5년간 5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계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중소도시의 소멸’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소도시의 특성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관심과 조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군산은 산업단지 조성으로 성장을 이끌어 왔으며 지도상에서 그러한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진행중인 새만금개발사업은 이제까지의 산업단지 게발 규모와 자금, 면적면에서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군산의 중심축은 서쪽으로 훨씬 더 이동하게 된다.
익산의 경우, 지난 2015년엔 KTX 선로 개통으로 호남선 익산역의 업무는 새로 지은 역사에서 수행된다. 평야에 둘러싸인 한적한 촌락을 행정, 사회, 경제의 중심지로 발전시킨 철도역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익산의 지역 구조를 바끌지 지켜볼 일이다.
이 책의 핵심 연구 자료이자 도구는 지도이다. 조선시대 군현지도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지형도, 도시지도를 수집하여 이용했다. 아울러 보조 자료로 다양한 문헌자료도 활용했다. 지도 분석을 통해 각 도시의 경관 변화 양상을 파악한 후, 그 변화와 관련되는 상황을 분석하는 데에는 지리지, 통계자료, 공공문서, 보고서, 신문, 잡지 등을 사용했다. 그리고 현장 답사를 통해 위치 비정, 사진 촬영 등을 했다. 중소도시 10곳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과거 경관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관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현장답사가 가능한 지역을 선정했다. 따라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배제했고, 동시에 북한 지역은 제외했다. 더불어 최근 150여 년간의 도시경관의 변화상을 추적했기 때문에 조선시대 및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도시를 선택했으며, 이에 따라 광복 이후에 도시로 성장한 지역들은 배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연구 대상 선정 기준은 일제강점기 대축척 도시지도의 존재 유무이다. 이 책은 지도를 통해 세밀한 도시경관의 복원을 시도했으므로 지도가 존재하는 지역만 분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추려진 도시 25곳 가운데, 지역별 안배, 도시의 역사・기능・입지 등의 특징을 감안하여 선정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