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뭔가, 삶이 뭔가’ 생각하다가 골똘히 생각하며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이라고 하는 겁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삶이란 ‘삶은 계란’처럼 단순한 문제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므로 ‘삶은, 삶은 계란’이라고 했습니다.
‘계란유골(鷄卵有骨)’도 내 삶 맞아요. 황희정승이 가난하게 사는 것을 왕이 전해 듣고 계란을 하사했는데, 하필이면 머지 않아 병아리가 태어나려는 계란으로, 그 안에 뼈가 있다고 해서 뜻으로, 안되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안될 수도 있는 겁니다. 때론, ‘계란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 같은 위기’ 누란지위(累卵之危)엔 피하지 못할 바엔 즐기면서 잘 극복합니다.
계란을 잘 보세요. 눈, 코, 귀도 없이 둥글둥글해 아무 지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계란을 따뜻한 곳에 두면 ‘꼬끼오!’ 하고 우는 병아리가 그 속에서 나오죠. 소나무 씨가 비록 작으나 그 속에서 낙락장송이 나오고, 고기 알은 비록 작지만 장강대해를 용솟음쳐 파도를 일으키는 큰 물고기가 그 속에서 나오며, 매의 알은 비록 작으나 창공을 능멸하는 보라매와 송골매가 되는 것 아닌가요.
계란은 우선, 다친 곳에 문지르면 치료해줍니다. 둥글둥글한 계란은 타인에 위해 깨지면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널리 남을 이롭게 합니다. 설령, 병아리로 부화하지 못하는 수 많은 계란은 삶은 계란, 후라이, 수란 등으로 사용되겠지요.
삶은 계란처럼 둥글둥글해야 합니다. 어느 곳에도 모가 없고, 모가 나면 깨집니다. 뾰족하게, 까칠하고 까다롭지 않아야 하죠. 세상은 둥글둥글, 동글동글 살아가는 게 지혜입니다. 세상은 지식으로 살아서 되는 거, 아닌가요.
삶은 계란처럼 노른자와 흰자가 적절히 섞여야 제 맛이 납니다. 계란을 삶으면 노른자와 흰자가 딱 붙어 있죠. 이것을 함께 소금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지만 노른자 따로, 흰자 따로 떼어 소금에 집어 먹으면 느낌이 다르진 않나요.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있는 자와 없는 자들이 한데 섞여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이요 삶입니다. 밖에서 두드려주는, 계란에 금을 가게 해주는 지인과 친구, 부모들이 있어야 제가 언제나 이 세상의 멋진 병아리가 되지 않나요.
계란을 주고 받는 부활절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부활'이란 말은 부정이 아닌, 긍정의 활 시위 힘차게 당기는 나의 퍼포먼스.
매일매일 둥글둥글한 계란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행동이 옳고 제가 아무리 바르더라도 타인이 깨어주지 않는 한 무의미한 것을, 그 또한 내가 껍질을 깨지 않고는 변화는 기대할수없는 것을, 하지만 주변은 둥글둥글한 원 속에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과 같은 존재인 것을.
그래서 삶은 계란입니다. 둥글둥글, 동글동글한 일상을 꿈꾸면서 거울 앞으로 다가가 웃는 연습을 하렵니다./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