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오늘도 오지 않을 자식을 기다리며 동구 밖을 서성인다. 내려올 법한 자식이 오지 않을 때 섭섭해 하는 얼굴과 내려오겠다는 자식의 기별을 받고 설레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본 적 있을까? 긴 연휴가 이어지면 고향집 어머니는 지난 추석에 다녀가지 못한 자식들이 혹시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애꿎은 달력만 뒤적여보고 계실지도 모른다.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혼자 고향에 남은 우리네 부모님은 어떤 모습으로 이 영원한 짝사랑을 견디며 살까?
부모는 언제나 자식을 걱정한다. ‘의려지망(倚閭之望)’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식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는 동구 밖까지 나가서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는 뜻이다. 중국 유향(劉向)이 쓴 ‘전국책’ 제책(齊策)에 왕손가(王孫賈)의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왕손가는 15세에 제(齊)나라 민왕을 모시는 신하가 되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이 나가 집에 늦게 돌아올 때면 문에 기대서서 기다리곤 했다. BC 284년 연(燕)나라가 제나라의 도성 임치(臨淄)를 급습했을 때 민왕이 피신하자 왕손가는 급히 왕을 찾았으나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아침에 나가 늦게 돌아올 때면 나는 대문에 기대 돌아오는지 바라보았고, 네가 저녁에 나가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마을 문에 기대서서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女朝出而晩來 則吾倚門而望 女暮出而不還 則吾倚閭而望] 너는 지금 왕을 섬기는 몸으로 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
의문지망(倚門之望) 의문이망(倚門而望) 의려지망(倚閭之望) 의려지정(倚閭之情)은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줄여서 의망(倚望)이라고 쓴다. 주(周)나라 때 확립된 행정구역에 스물다섯 집을 리(里)라 했고, 리마다 세운 문을 려(閭)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추석 명절 자식과 손주를 맞는 고향마을의 정서까지 크게 바꿔놓고 있다. 정부가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추석에 가급적 집에 머무르라며 권고하는 등 비대면 추석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6일 김제시 부량면 상방마을에서 주민들이 영상편지를 통해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다"면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말고 영상 통화로 만나자"고 안부를 전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가을꽃처럼 문득 “엄마~ ”하며 대문을 들어설 자식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따뜻하고 또 애틋하다. “오늘은 안 올라나.... 옛날에는 저기 나무 밑에 가서 기다리다가 막차 타고 아기들 들어오는 거 보고 그랬제... 엄마 하고 대문으로 들어오면 그렇게 좋았더라”/이종근
이종근의 행복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