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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팔일무(八佾舞)

한국문

화의집이 다음달 4일부터 9월 1일까지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팔일(八佾)'을 갖는다. 종묘제례악 ‘일무(佾舞)’는 역사의 굴곡에 따라 변천을 거듭해 왔다. 세종 대에는 중국에서 전파된 아악에 맞춰 48명이 추는 아악 육일무였으나 세조 10년(1464) 이후로 세종이 창제한 종묘제례악에 맞추어 36명이 추는 육일무로 추었다. 이후 대한제국 시기에는 황제국으로 격상되어 64명의 팔일무 형태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한제국이 이왕가(李王家)로 격하되어 육일무로 추어지다 광복 이후 팔일무로 다시 이어졌다.

‘팔일(八佾)’은 64인의 무용수가 8열로 서 천자 앞에서 추는 춤이다. 이는 가히 천자의 무악이자, 예악의 중심이며 춤의 정수였다. 제후는 6열 6행의 육일(六佾), 대부는 4열 4행의 사일(四佾), 사(士)는 2열 2행의 이일(二佾)을 췄다. 논어의 ‘팔일’편이 기록되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가장 오래된 춤 형식이 됐다. 지금껏 전통춤은 각 유파별 명무의 계보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을 뿐 팔일처럼 그 경계를 허물고 다양하게 모인 예가 없었다. 춤의 향연 팔일에선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된 살풀이춤, 승무, 태평무는 물론 교방춤, 입춤 등 다양한 전통춤에 한량무, 허튼춤까지 더해져 관객들에게 더욱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공자는 계(季)씨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제집 마당에서 천자만 즐길 수 있는 춤을 추게 했다고 하니, 이조차 참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참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삼가(三家) 사람들이 제사를 마친 뒤 '옹(雍)'의 노래를 부르며 제품(祭品)을 치웠다. 공자가 (이를 알고) 말했다. "'오직 제후만이 제사를 도우니, 그 가운데 천자가 장엄하게 빛나는구나'라는 노래를 어찌 삼가의 사당에서 부를 수 있단 말인가?(孔子謂季氏 八佾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三家者以雍徹. 子曰 相維闢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堂)" 이 두 장은 모두 공자가 당시 예에 어긋나는 삼가 사람들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 ‘팔일’은 오직 천자(天子)만이 즐길 수 있는 춤이었다.

'옹'은 천자의 제례를 표현한 시다. 삼가의 사람들이 제멋대로 자기 집 정원과 사당에서 즐긴 것이다. 공자는 이에 분개하며 '이조차 참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참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라며 탄식했다. 사노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매번 '이조차 참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참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라며 탄식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보단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우환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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