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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제주 밭담과 김구

제주 밭담은 악조건의 제주농업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제주만의 독특한 농업유산이다. 제주 밭담의 길이는 중국의 만리장성(6,400㎞)보다 훨씬 긴 2만2,10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리장성은 그 시대의 민초들이 집권자의 부역에 의해 조성됐지만 제주 밭담은 제주 선조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가족단위 또는 제주만의 특색 있는 수눌음공동체에 의해 쌓아졌다.

1234년 제주판관 김구(金坵, 1211~1278)의 권장으로 경계용 밭담을 쌓기 시작했다고 기록됐다. 제주 밭담은 2013년 국가중요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4년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부안군 변산면 소재지인 지서리(知西里) 일대는 예전에 조수가 드나들던 포구마을로 땅이름은 지지포(知止浦, 지금 지서리·운산리)였다. 지지포는 지포(止浦) 김구와 관계가 깊은 마을이다. 그의 행장(行狀)이나 신도비문(神道碑文) 등에 의하면 그가 말년에 이곳에 별서(別墅)를 짓고 후진을 가르치며 시와 거문고로 소요하였다고 한다. 고려말 몽고간섭기때 살았던 사람으로 부안 출신으로 본관은 부령(부안), 자는 차산(次山), 호는 지포(止浦)라 했다. 그가 관직에서 물러나와 지금의 변산 지지포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그를 지포선생이라 불렀다.

그는 24세때인 1234년에 제주판관으로 임명돼 제주에서 보내며 선정을 베푼다. 밭담 쌓기의 기원은 김구에 의해서이다. 아래는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이원진(1594~?)의 <탐라지>의 제주의 밭담에 대한 기록이다. ‘취석축원(聚石築垣: 돌을 모아 담을 쌓았다). 동문감(東文鑑)에, (제주)밭이 예전에는 경계의 둑이 없어 강하고 사나운 집에서 날마다 차츰차츰 먹어들어 가므로 백성들이 괴롭게 여겼다. 김구가 판관이 돼 주민의 고통을 물어서 돌을 모아 담을 쌓아 경계를 만드니 주민이 편하게 여겼다’

지난해 완주 ‘봉동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전북지역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은 2017년 ‘부안 전통 양잠농업시스템’에 이어 2번째다. 앞서 충남 금산 인삼도 국가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전북 금산이 군사정권의 음모에 의해 충남으로 편입된 것은 1963년이다. 충남으로의 편입은 의석 수를 더 늘리기 위한 공화당 정권의 게리맨더링 때문이었다. 금산군과 익산군 황화(皇華)면이 충남으로 넘어갔다. 그 대신 전남 영광군에 속한 위도가 부안군으로 넘어왔다. ‘되로 받고 말로 퍼주는’ 어처구니없는 행정구역 개편이 강제로 이뤄졌다. 제주 판관 김구와 충남 금산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이종근(삽화 새전북신문 정윤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