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2020년 3월 27일 전북 유형문화재인 제53호인 ‘선운사 만세루’의 이름을 ‘고창 선운사 만세루’로 변경하고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선운사 만세루는 선운사에 전해지고 있는 기록물인 「대양루열기」(1686년), 「만세루 중수기」(1760년)에 따르면 1620년에 대양루로 지어졌다가 화재로 소실된 것을 1752년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만세(萬歲)의 의미를 알고 있나? 만세라는 말은 불교 자체에서는 그리 많이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천수만세(天壽萬歲)’, ‘왕비전하만세(王妃殿下萬歲)’라는 말에서 보듯이 ‘만세’는 ‘현재의 복락이 영원히 유지되기’를 바랄 때 쓰는 말로 도교적 시간 개념에 가깝다. 예컨대 ‘지금 이대로 죽지 않고 오래 살기’ 또는 ‘현재의 번영이 계속되기’를 빌 때 ‘만세’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경우, 현재 상황의 연장만이 중요할 뿐, 과거나 미래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 이것은 모든 사상(事象)을 과거, 현재, 미래, 즉 삼세(三世)를 통섭하는 인연법으로 설명하는 불교의 그것과 크게 다른 점이다.
현재 선운사 만세루(전북 유형문화재 제53호), 흥주사 만세루(충남 유형문화재 제133호), 양산 통도사 만세루(경남 유형문화재 제193호), 봉정사 만세루(경북 유형문화재 제325호), 청도 운문사 만세루(경북 유형문화재 제424호), 청송 만세루(경북 유형문화재 제509호), 통영 안정사 만세루(경남 문화재자료 제145호), 불갑사 만세루(전남 문화재자료 제166호) 등 만세루가 문화재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선운사 만세루는 주로 강당이나 법회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뒷면이 대웅전과 마주보며 개방되어 있는 것은 설법을 위한 강당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동백은 원래 겨울에 피는 꽃이다. 하지만 윤대녕의 소설 `상춘곡`에는 "당신이 더 잘 알겠지만 선운사 동백(冬柏)은 실은 춘백(春栢)이지요"라는 구절이 나온다. 3,000여 그루에 달하는 선운사 동백이 실제로 개화하는 시기가 겨울이 아니라 3월부터 4월 무렵이기 때문이다. 스물여섯 살이던 때, 남자와 란영은 선운사에서 사랑을 나눴다고 한다. 긴 시간이 지나 그들은 우연한 계기에 다시 만나게 되고, 남자는 벚꽃이 피면 또 만나자고 한 란영의 말을 떠올리면서 선운사를 찾는다. "아, 그리고 인옥이 형이 그날 당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 오늘 벚나무길 좌판의 어떤 아주머니한테서 동백기름 한 병을 샀습니다. 나중 어느 날이라도 생각이 변하고 마음이 바뀌면 머리에 한 번 발라보라고 말입니다. 당신 앞산에 벚꽃이 피면 그때 찾아가서 놓고 오지요."(`상춘곡` 중에서)
지금, 선운사는 동백, 개나리, 벚꽃, 목련, 동백 등이 만개했다. 다시, 작품 속의 남자와 란영이 선운사 만세루에서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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