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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리

도매(도마)다리

도매(도마, 구수)다리: 진안쪽 가재미 마을앞 다리



  서낭댕이를 넘어 진안을 향해 가자면 기린봉에서 발원하여 은행다리목을 진나 가재미(마을이름) 앞으로 해서 흘러오는 개천(모래내 상류)에 놓여진 작은 다리를 도매다리라고 부른다.

  아주 먼 옛날에 모래내(사천-沙川) 중류변에 김씨 성을 가진 구두쇠로 명성을 날리던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장독에 앉았던 쇠파리가 장을 훔쳐 간다고 파리채를 들고 악을 쓰며 춤을 추듯 뛰는 일은 매일 있는 일이고 어쩌다 악명을 모르고 걸식을 바라는 거렁뱅이의 쪽박을 깨버리는 것도 다반사인 노랭이 였다고 한다.

  한 예로 스님들이 시주를 받으러 마을에 들르면 시주는 고사하고 콘주머니 전대를 머리에 묶고 물을 부으면 콩이 불어 머리가 쪼개질듯 아픈 대퇴고문을 하여 스님을 내쫓는 일들을 김씨 문중의 청년들은 업으로 알았었다.

  이러한 소문을 듣고 한 노승이 지나다 그가 사는 산동(山洞)을 내다보고 구두쇠가 발복(發福)한 연유를 알게 되었다.

  구두쇠의 선영(先塋)이 와우형(臥牛形)의 명당지였다.

  또한 안산(案山) 조산(朝山)앞이 구시(구수)혈로 크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노승은 주장자를 짚고 구두쇠 문전에 당도하여 합장배례하고 공양을 청하니 난데없이 사오 명의 천년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소문듣던 대로 수모를 당하였고 행장구마저 빼앗기고 물러나오게 되었다.

   그 노승도 깨친 도승(道僧)이었다. 안산(案山) 앞 실개천에다 펑퍼짐한 큰 바윗장을 날마다 놓고 어디로인가 나그네 길을 따라 수영수영 사라져 버렸다.

   그런 후로 구두쇠 집안은 시나브로 가세가 기울어 망햇다고 한다. 바로 이 노승이 실개천에 옮겨다 놓은 바윗장이 도매다리이다. 여기가 구시혈이었으나 구시 대신에 도마가 놓이게 되니 와우형의 명당이 맥을 잃게 됨은 자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졸부가 행한 업보에 응결된 도매다리 골에 대한 이야기는 전주인의 착한 인성을 좋아하는 맑은 마음씨를 말하여 준다. (유장우 선생님 수상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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