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이 눈부신 신록으로 물들어 연초록빛 비단 옷을 입은 것만 같다. 산은 울긋불긋한 봄꽃과 푸른 신록들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길을 택하든 신록으로 물드는 산빛과 걸음마다 발길을 붙드는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남고산성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신록이 눈부시다. 꽃비 속에 하룻밤을 청하고 싶다.
하늘로 뻗은 갈감색 전나무들이 양쪽으로 서서 만든 터널은 나뭇잎 소리가 들릴 듯 고요하다. 속세를 떠나 피안의 세계로 향하는 통로 같은 숲길을 반쯤 걸러진 햇살이 부드럽게 감싼다.
짙은 초록을 따라 걷다 보면 봄도 깊어진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숲 친구들이 숨어 있다. 서어나무,층층나무,당느릅나무,까치박달나무,잣나무,함박꽃나무,계수나무,물푸레나무….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산에는 연둣빛부터 쪽빛까지 저마다 다른 푸른색이 산자락을 물들이며 푸름을 더한다.
숲에는 ‘지혜’와 ‘깨달음’의 내력이 새겨져 있다. 천년을 한결같이 흐르는 물소리는 한암과 탄허 대선사의 깨우침을 일러준다. 숲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하늘은 문명 속에서 잊고 살았던 자아를 되돌아보게 한다.
꽃잎이 가만히 내려앉은 커피 잔은 마시기조차 아까워 두근두근 눈으로 마신다. 숲길 끝에서 ‘도란도란’ 동자승들의 얘깃소리가 들린다. 봄의 끝자락, 숲은 우리를 초대했다. 초록 따라 걷는 길…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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