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역 앞 문화예술의거리의 일제시대 근대문화유산 ‘나루토여관’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나루토여관(鳴門旅館)은 일제시대 주소로 사카에초(榮町)에 있었고 전화번호는 236번이었다. 본채는 일본식 목조 건축물로서 평면은 ‘ㄱ’자형이며 2층 규모이고, 2층에는 다다미방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도코노마와 붙박이 벽장도 그대로다.
‘나루토여관’이 평화동주거환경개선사업 예정지구에 포함이 되어 LH에서 보상이 완료되어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익산시와 관련 단체들이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복원하고 활용할 수 있었을텐데, 사전에 대응하지 못해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니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고창, 전남, 충남의 여관 활용 사례를 삼으면 좋겠다.
등록문화재 제325호 고창 조양식당은 원래 여관으로 건립했지만 현재는 식당으로 쓰고 있다. 1층에는 부엌과 방이 있으며 방 앞에는 쪽마루를 두었다. 1층 일부는 변형되기도 하였지만 목재 비늘 판벽과 목골조, 내부 공간이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충남 덕숭산 자락에 있는 수덕여관은 본래 비구니 스님들의 거처였다. 1944년 이응노 화백이 매입하고 충청남도 기념물 제103호로 지정,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이곳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곳을 거쳐 간 예술가들의 삶처럼 말이다. 나혜석, 김일엽, 이응노. 일제의 억압, 전쟁의 아픔, 사회적 편견 등에 시달리면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한국 근현대 예술계를 대표하는 3명의 인생 배경에는 수덕여관이 있다.
나혜석에게서 그림 지도를 받았던 고암 이응로화백은 1944년 이 여관을 사들였고 1958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이곳에 기거했다. 수덕사는 산채 비빕밥이 유명하다. 안주로 더덕구이에 막걸리를 곁들이면 더 좋다. 얼마 전에 가본 이곳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영광 법성리 일본식 여관은 등록문화재 제119호로 지정됐다. 1931년 건립된 이곳은 일제강점기 개항지였던 법성포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인 여관건물로 외부의 모습 뿐 아니라 당시 내부 공간이 잘 보존되어 있다.
구 보성여관(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은 등록문화로 제132호로 소설 ‘태백산맥’에서 남도여관으로 등장한 일식 주택 형식의 여관건물로 지역적 특성을 알려주는 중요한 건축물로 답사 등에 빠져서는 안될 장소다.
근대건축물과 스토리텔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 인구가 증가하고 상권도 조금씩 회복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바,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익산시, 전북도, 문화재청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나루토여관을 게스트하우스와 근대자료관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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