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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리

한국의 다리 풍경(채륜서)

 

차례

 

들어가며_다리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추천의 글_이종근 기자가 놓은 새로운 다리(나선화 문화재청장)

 

강원도, 경기도, 서울시


가을의 크리스마스 평창 봉평의 다리
하얀 사랑 앞에서 소나기마을의 징검다리
수원8경 중 하나인 화홍교
정조의 효심이 깃든 안양 만안교
청계수 햇빛도 흐르고 달빛도 흐르고 서울 청계천의 다리

 

경상도


꽃가마타고 들어왔다 상여타고 나가는 무섬의 외나무다리
마음을 이어주던 흔적의 끈 주남돌다리

 

충청도


우주 28개의 별자리를 응용해 만든 진천 농다리
창호지 너머로 발효의 세월이 넘나드는 논산 명재고택의 다리

 

전라북도

하루만 사랑해도 천년의 세월 남원 광한루 오작교
최치원이 반한 고군산군도의 선유교와 장자교
연꽃같은 선비도 부패한 탐관오리도 거닐었던 정읍 군자정의 다리
견훤석성의 무지개다리는 사라지고…금산사의 다리
숙빈최씨와 박잉걸의 이야기가 전하는 정읍 태인의 대각교
애국지사 김영상이 자결을 시도한 새창이다리

 

전라남도


굴뚝다리로 통하는 보길도 판석보
윤슬에 더욱 더 빛나는 천은사의 수홍루
삼별초의 항전 생생한 진도 남박다리
단 하나뿐인 누각 나무다리 태안사 능파각
보안낭자의 치마를 찾습니다! 화순 보안교
돌개 세 마리가 앉아 반기는 낙안읍성 평석교

 

더하는 이야기

궁궐의 다리
한국전쟁이 남긴 다리
다리, 놀이와 축제로 만나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놓인

 

*도움을 준 단체 및 개인

 

들어가는 말:다리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우리나라에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 흔히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말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를 ‘나무 가랑이에서 주워 왔다’고 하며, 그런가 하면 미국 사람들은 ‘황새가 물어다 주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양배추 속에서 나왔다’고 각각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양배추 속을 다 까보고는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운 아동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넌 다리 밑에서 주워 왔으니까 말을 다시 듣지 않으면 다시 다리 밑으로 보낼꺼야” 라는 말에 “진짜 내 엄마는 어디에 있지”, “내 진짜 엄마를 찾아줘”라고 한 아이들이 어디 저뿐에 그치겠습니까.
그제서야 그 엄마는 깜짝 놀라서 “내가 너의 진짜 엄마다. 내가 너를 낳았으니라까”라며 말을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엄마가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을 평생 지우기 어려울 것이며, 정말 다리가 원수로 다가서는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는 말의 유래로 널리 전승되고 있는 설화가 경북 영주시 순흥면 청다리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진건의 《무영탑》은 불국사의 청운교, 연화교 등 다리가 나오며, 경북 남해군 남면 석교(石橋)마을은 서포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생각나게 만듭니다.
박경리의 소설 《파시》는 부산 영도대교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며, 최명희의 《혼불》은 전북의 다리가 여러 군데 등장합니다.
삼의당(三宜堂) 김씨의 ‘완산 남천교를 지나며(過完山南川橋)’는 전주 남천교의 모습이 소개됩니다.
요즘은 인천대교, 서해대교, 광안대교 등 멋진 다리들이 많이 놓아지면서 한국의 건축이 세계 최고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벌교 홍교 위에서 떨어졌지만 다치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안전한가요.
혹여, 다리가 사람과 사랑을 연결하는 것이 아닌, 강남과 강북의 경계를 구분하는 등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나요.
하지만 무섬 외나다리, 진천 농다리, 부산 영도대교, 김제 새창이다리, 예산 삽교 섶다리 등 다리를 중심으로 한 축제와 행사를 통해 추억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 머리 소녀야
눈 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의 긴 머리 소녀야
눈감고 두 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왜 젊은 날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노랫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지난날의 눈부시도록 하얀 사랑 앞에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지금, 청아한 소리로 공명되고 있는 시냇물 저 만치, 징검다리 사이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징검다리는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 걸을 때 사람이 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나요.
과거의 징검다리는 물 속에서 놀다가 지치거나 추워지면 그 위에 나란히 걸터 앉아, 수박 서리를 모의하기도 했으며, 또 도깨비와 만나는 장소 등 짜릿한 추억이 깃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징검다리는 낭만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니 상전벽해인가요, 벽해상전인가요.
요즘의 하천은 그 자체로 훌륭한 생태공간인 동시에 수질정화장치를 설치한 징검다리를 비롯, ‘물고기들의 어소’인 고기가 하면 하천의 수량 변화에 대응, 돌출되는 징검다리의 개수를 조정할 수 있는 자동 블록도 있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 ‘디딤돌’ 같은 배려가 어우러지면서 생생이 꽃피우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끈과 끈을 서로 이어주던 징검다리가 한 없이 그리울 때는 전북 임실 김용택 시인의 고향 진뫼마을을 자주 찾습니다.
바로 인근의 임실 필봉농악은 징검다리를 징검징검 거닐면서 노디굿을 통해 푸진 가락, 푸진 삶을 가락에 담았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창변이 올 때면, 징검다리, 무지개다리, 섶다리 등을 건너면서 잊어버린, 아니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추천의 글_이종근 기자가 놓은 새로운 다리

 

먼저 이 책의 발간을 축하합니다. 원고를 넘기다 보니 그는 옛 다리의 역사성만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다리를 놓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종근 기자는 역사가 있는 옛 다리를 소개하면서 오늘도 길을 잇는 기능을 말없이 수행하고 있는 오늘의 모습과 함께 그 안에 스며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이 생명력을 미래와 연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옛 다리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뿐만 아니라 이를 지나간 많은 인물과 삶의 모습, 사상을 소개하고 수많은 전설, 숨겨진 사연까지 탐색하여 풀어내기 때문에 더욱더 길어져 풍요로운 문화가 있는 미래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그 때문에 옛 다리는 길 위에서 부르는 노래와 극의 마당이 되기도 하며 시간과 공간을 잇는 새로운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그의 옛 다리는 삶을 이끌며 영광과 무욕의 세월을 건넌 과거가 아닌 다양한 역사가 만드는 미래의 새 문화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가 놓아가는 다리들은 멋진 사진과 함께 상세한 역사 정보로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높습니다.
또한 그가 뽑은 옛 다리의 제목들은 지극히 문학적입니다. 문학 소년의 감성이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은 그의 감성적 표현들은 나이든 독자의 감성까지도 청년기로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시어와 같은 표현들은 신춘문예 당선작처럼 신선한 문학적 정취를 느끼게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철저히 자료를 탐색하여 준공 일자, 원래의 크기도 파악하고 있어 기록물로서의 자료 가치도 매우 큽니다. 이제 문화재는 유물로서만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성과 지성을 일깨우는 창의적인 자료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의 육성 자원으로도 이용되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의 미래가치 탐색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고 이를 소개하는 적절한 안내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적절한 문화재 안내서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발간된 이 책은 문화재의 미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는 좋은 안내서입니다.
그의 글을 통해 옛 다리를 찾아 멀고 험한 길을 달리고, 한없이 걷는 그의 수고와 노력의 힘겨움도 느낄 수 있고 자료를 찾아내는 탐구심과 열정과 함께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끼는 섬세함과 성실함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건과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선진 언론인으로의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기에 감동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문화재 관리의 책임 행정인으로서 볼 때 그는 귀한 협력자이기도 합니다. 문화재 가치가 젊은이들에게, 후손에게 전하여 주는 새로운 다리를 건설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놓는 새로운 다리의 건설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문화재를 향한 열정이 힘든 여정으로 사그라지지 않기를 빌어봅니다.


2016년 봄 나선화 문화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