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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마을숲

영광 법성진 숲쟁이

 

 

 

 

 

 

 

년 초에 남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영광 법성포를 시작으로 함평, 무안, 목포, 진도, 해남, 완도, 강진, 고흥, 보성, 구례 등 남도 고을을 다녀왔습니다. 주로 시장을 둘려보면서 아이들에게 먹거리의 즐거움을 주는 여행이었습니다. 고을마다 시장은 활기에 넘쳤고, 사람 사는 세상 같은 곳이 역시 시장이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배중손, 장보고, 윤선도, 정약용 유적지를 둘려보면서 오늘날 정치를 생각한 것은 그들이 역사 속에서 굴곡진 삶을 살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영광 법성진 숲쟁이와 해남 서림숲을 이번 여행에 덤으로 다녀왔습니다.
영광 법성진 숲쟁이(전남 영광군 법성면 진내리·법성리)는 국가 명승 22호(2007)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숲(2006)으로 지정된 굵직한 이력을 가진 숲입니다. 진안군 하초 마을숲, 장수군 노하리숲, 양신 마을숲과 비견될 정도로 아름답고 역사·문화적 전통이 담긴 숲입니다. ‘숲쟁이’란 용어가 전주에 사는 분은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전주에도 전주부 북쪽의 허(虛)을 막고자 숲을 조성 했는데, 이를 ‘숲정이’라 불렸습니다. 현재는 ‘숲정이 성당’이 그 역사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숲쟁이’란 숲정이의 사투리로 마을이나 도시 근처에 특별한 목적으로 조성된 숲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쟁이’란 ‘재’, 즉 성(城)을 의미하는 어휘로도 쓰여 ‘숲쟁이’는 ‘숲으로 된 성’이라고 하지만 이점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영광 법성진 숲쟁이는 법성진성을 조성할 때인 1514년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의산 능선을 타고 전체적으로는 700m에 이르는 숲을 말합니다. 1872년에 그려진 <법성진지도>에 법성진을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데, 숲쟁이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현재 숲쟁이에는 진내리 성벽을 따라 조성된 해송숲과 느티나무, 개서어나무, 팽나무 등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해송숲은 역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는 1872년에 그려진 <법성진지도> 숲 모습에서 당시 숲쟁이는 낙엽활엽수만 조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광 법성진 숲쟁이는 풍수적으로 인의산이 와우혈과 관련되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소가 누워있는 곳으로 흙이 쌓이고 숲이 생겼다. 자던 소가 일어나면 숲이 무너지기 때문에 매년 잔치를 벌여 소가 제자리에 그대로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산을 유기체로 보았던 조상의 인식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숲쟁이를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했던 것은 물론입니다. 풍수의 기본 원리는 우리문화와 환경의 연결고리 즉 문화생태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주제(윤홍기)이기도 합니다.
영광 법성진 숲쟁이의 핵심 공간은 부용교 양쪽에 위치한 숲입니다. 이곳에서 법성포 단오제가 열립니다. 이는 법성포가 칠산어장으로 파시가 형성될 무렵에 산신제, 당산제, 씨름, 그네 등의 전통이 오늘에 까지 이어온 것입니다. 부용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용교는 1970년대 홍농읍으로 지방도로가 개설되면서 인의산 맥이 끊김으로 그 맥을 잇기 위해 개설된 비보(裨補)다리입니다. “부용교는 물리적으로 숲과 숲을 연결하는 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보다는 인의산 자락의 기(氣)가 흐르는 용의로서 숲과 숲, 산과 산, 법성리와 진내리의 의미적 연결을 통해 일체감을 이루는 성격”(김학범)이 강합니다.
물론 영광 법성진 숲쟁이는 실제적으로 인의산의 능선이 해안 쪽으로 가면서 낮아져 법성포로 들어오는 북서풍을 막기 위한 방풍림 역할을 합니다. 특히 부용교를 중심으로 조성된 숲쟁이는 낮은 고갯마루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음으로서 법성포를 아늑한 땅, 살만한 땅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풍수적으로 법성포를 명당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영광 법성진 숲쟁이’였던 것입니다. /이상훈 마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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