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규창문학비

섬진강의 문학비

 

천혜의 비경들이 가득하고 굽이마다 詩가 흐르는 임실과 순창의 섬진강

섬진강은 한국의 4대강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에는 왕따를 당하고 말았다. 차라리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천혜의 비경들이 가득하고 굽이마다 시가 흐르는 임실과 순창의 섬진강을 따라 문학의 레프팅을 떠나 본다. 시〈섬진강〉연작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은 일명 '섬진강 시인'으로 불린다. 자신의 모교인 운암초등학교 마암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1982년 〈섬진강 1〉 외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그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묘사하며 그의 생가가 있는 진뫼 마을의 황량한 농촌에서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쓸쓸한 고향의 모습을 묘사한다.

진뫼(장산) 마을 입구에 서있는 "농부와 시인"이라는 시비와 함께 섬진강 종주 자전거 길을 따라<향기><봄날><사람들은 왜 모를까><나무><섬진강1><섬진강3> 등의 시비가 임실에서 시작하여 전라남도를 거쳐 경상남도 하동을 지나 남해로 흘러들어 가는 섬진강의 스타트를 송축 하는듯하다.

 

‘아버님은 풀과 나무와 흙과/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집을 지으시고 그 집에 살며/곡식을 가꾸셨다./ 나는 무엇으로 시를 쓰는가/ 나도 아버지처럼 /풀과 나무와 흙과/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시를 쓰고 /그 시속에서 살고 싶다. <시 "농부와 시인"전문>’

 

진뫼마을 회관 앞에 김용택시비 외에 순천에서 시인으로 활동 중인 김도수씨가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리기 위해세운 <사랑비>가 이채롭다. 순창의 귀례체육공원 정상을 향해 요즘 모 정치인의 표현대로 허파가 뒤집어지도록 뛰어올라갔다. 권일송의 시 <반딧불>이 반딧불이를 닮게 제작된 화강석위에 이근배시인의 글씨로 조각되었다. 권일송은 1933년 순창읍 가잠마을에서 출생, 목포 문태고, 영흥고 교사로 활동중에 한국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하였다. 서울로 간 권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이사, 시분과회장과 현대시인협회 회장, 국제 PEN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등으로 왕성한 활동으로 문단을 주름잡았다. 지병으로 타계하니 겨우 62세였다.권일송의 시, <반딧불>이다.

 

‘단순히 사랑만을 노래하기엔 / 하늘은 너무나 깊고 푸르렀다

끝모를 無名의 들판에 / 훨훨 나는 새의 모습으로/ 영원의 모서리에닿는다

땅위에 영그는 작은 열매들은 / 저마다 평화로운 식탁 둘레에/노동의 새벽을 열어 주나니 /하늘에게 가는 목숨이야/ 어디 날개 달린 새 뿐이랴

모시 수건으로 정갈히 닦아낸 / 쟁반위의 밤하늘엔 / 반딧불로 어지러운 / 떠돌이의 고향이 보인다’

 

뜬금없지만 상식문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대동여지도> 가 우리나라 최초의 지도일까? 그렇지 않다. 김정호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전국 지도가 있었다. 영조때 순창출신 실학자 여암 신경준(1712-1781)이 <東國輿地圖(동국여지도)>를 세상에 내놓았다.신경준의 최대 업적인 <山徑表(산경표>는 이 땅의 지리체계를 바로잡는 역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구역과 경계를 손바닥위에 올려놓은 듯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특히 그의 문학에 대한 기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가 23세때 5개의 표와 해설로 다룬 최초의 시론서인 <詩則(시측)>을 발간하여 시를 학습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한시창작의 기본 원리를 밝혔다. <시측>은 체계적 논리적으로 시창작법을 서술하는 점에서 한시창작 원리와 방법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그의 묘소가 순창군 유등면 오교리 야산에 섬진강을 굽어보고 있다. 전주 남원간 도로에서 관촌 사선대로 진입하려다보면 키가 훤칠한 ‘임실문학비’를 만난다. 2008년 건립한 이 비는 임실문학을 칭송하는 최풍성 시인의 시와 임실문협 회원들의 이름을 새겼다. 가을에 더 환상작인 옥정호는 정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했을 만큼 호반 순환도로는 환상적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주 이 길을 가다 가뭄이 이렇게 심각한지 깜짝 놀랐다. 국사봉에서 내려다보는 옥정호 붕어섬이 사라진 것이다. 호수 바닥이 완전히 드러나 붕어를 닮은 신비한 풍광이 사라지고 말았다.

붕어섬의 한심한 모양을 뒤로하고 요산공원의 망향탑을 찾았다. 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김춘자 수필가의 망향시비 <사라진 흔적 가슴에 새기며>가 조상들의 얼과 혼이 서린 雲巖(운암) 골짝마다 오순도순 들어앉아 수천 년을 살았던 땅 의 사라진 흔적에 설움은 삼켜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멈출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 찾아와 속마음 풀어 놓고 실향의 아픔도 망향의 애틋함도 접어가며 우리들의 이야기는 유구한 세월 이어가겠다는 망향의 그리움이 절절이 흐른다.

임실출신의 학자이며 작가인 허세욱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우리문학기림회’에서 박사마을에 그의 문학비를 세웠다. 허세욱(1934-2010)은 1968년 대만유학을 마치고 한국외국대학교, 고려대학교 중국문학교수로 재직했다. 1969년 문단에 나와 시집7권과 수필집 10권을 남겼다. 1938년 임실에서 태어나 1950년대 '38선의 봄', '고향에 찾아와도' 등을 히트시켰던 가수 고 최갑석을 기리는 노래비가 관촌 사선대 조각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노래비는 '삼팔선의 봄'과 '고향에 찾아와도'의 노랫말을 새겼으며 최갑석 의 비석을 세워 군민과 임실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추억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양규창(시인· 전라북도문학관 사무국장

'양규창문학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련공원의 박동화문학비  (0) 2015.12.07
‘춘향소재 시비’  (0) 2015.11.23
전주의 시비  (0) 2015.10.12
김제 아리랑문학비  (0) 2015.09.14
고창 동리가비와 향토작가 문학비 공원  (0) 201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