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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마을숲

장수 원송천 마을숲

 

 

 

 

장수의 가을은 새색시 같이 수줍음을 띤 붉은 사과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곱디 고은 붉은 빛은 태양을 오랫동안 품고 내는 빛깔입니다. 오늘 장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축복의 빛깔이기도 합니다. 사과는 장수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장수사과’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해발고도 400m가 넘는 지역에서 많은 자양분을 먹고 자란 사과는 그 맛도 일품입니다. 장수 골골마다 있는 사과 과수원을 바라보면서 가을을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수에는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 골골마다 포근하게 마을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이런 곳에 터 잡아 살고 싶을 정도로 편안합니다. 생기가 넘쳐 보입니다. 마을은 터 잡아 사는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마을은 종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이 갖추어진 공간입니다. 즉 마을은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작은 국가와도 같은 공동체적인 집단을 의미하는데, 장수지역 마을은 살아 있습니다. 
장수의 마을들이 생기 넘치는 이유는 마을마다 마을공동체 행사가 지속되면서 마을사람들의 단합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원송천(장수군·읍 송천리)마을은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모습이 남아있는 마을입니다. 원송천 마을은 약 300여 년 전에 수원 백씨에 의하여 형성 되었습니다. 3군데에서 당산제가 지금도 모셔지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마을 뒤쪽 골짜기에 있는 바위에 모십니다. 이 바위는 ‘탕건바위’라 불리 웁니다. 이 바위 아래에는 샘이 있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나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러니 마을에서 신령스럽게 생각하여 당산으로 모신 것입니다. 아마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도 지냈을지 모를 일입니다. 두 번째는 마을 가운데쯤 냇가 옆에 있는 느티나무에 지냅니다. 마을역사와 함께 했을 느티나무는 마을사람과 마을을 품을 만큼 아름드리로 자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마을입구에 있는 숲 에서 제일 큰 나무에 모십니다. 마을에서는 상·중·하 당산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많은 당산을 모시는 이유는 마을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행을 사전에 막기 위함 일 것입니다. 이렇게 당산을 모심으로써 마을을 완벽하게 비보하는 듯합니다. 당산제를 정월 초하룻날 저녁에 모시면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데 더 나아가 정월 초이렛날에 마을 아주머니가 중심이 되어 마을입구나 골목을 다니면서 팥죽을 뿌려 잡귀를 몰아내는 팥죽제도 지냅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원송천 마을에서는 조탑이라고 부르는 돌탑이 마을 입구 양쪽에 있습니다. 당산제 때 특별한 의식은 없습니다. 그러나 원송천 마을 수구막이로 마을의 평온을 담은 돌탑입니다. 돌탑에 눈길이 닿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탑 윗돌이 남근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때로 민속조사를 할 때 형태만 보고 기자신앙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마을에서는 특별한 목적 없이 보기 좋으라고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마을사람들은 사람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얼마나 닮았는지 꼭 무슨 사연이 있을 듯합니다. 이렇게 힘찬 남성의 기운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원송천 마을숲 마을입구 왼쪽 천변에 위치합니다. 수종은 느티나무이며, 돌탑과 같이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하는 숲으로 생각됩니다. 원송천 마을에서 이교(진다리)로 가는 길목은 도로가 나면서 맥이 끊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도로를 개설하면서 흔히 볼 수 일 입니다. 맥이 끊긴 모습은 보기도 좋지 않을 뿐 만 아니라 경사면을 잘 마무리 하지 않으면 토사가 흘려내려 도로를 덮기도 합니다.
 특히 원송천 마을은 기다란 우백호 날이 약하여 예전에 숲을 조성했습니다. 서나무숲이 아주 무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무를 베어다 파는 바람에 마을사람이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고 바람이 마을에 세차게 불어 마을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 후 70년대 말에 마을사람들의 논의로 약 700주의 느티나무를 심어 우백호 날을 보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마을은 평온해 진 것은 당연하고요. 요즘 우백호 날의 마을숲은 울창하게 성장하여 마을숲으로서 위상이 있어 보입니다.  마을은 그야말로 작은 국가와도 같습니다. 이야기의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 무르익는 가을날 마을숲 찾아 가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마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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