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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마을숲

남원 내인마을 마을숲

 

 

 

 

 

 

 

지리산 주변 가을 풍경을 보고 왔습니다. 남원 육모정에서 지리산에 접어들었습니다. 정령치에서 가을하늘과 노란 들판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가을을 품에 담았습니다. 뱀사골의 길고긴 골짜기 가에 있는 상수리나무들의 합창소리가 들렸습니다. 계곡에 떨어져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상수리를 보면서 마치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운봉고원은 겨울이 다른 곳 보다 빨리 맞이합니다. 벌써 벼를 베고 볏단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예전에 일기예보를 들으면 운봉지역이 자주 오르내렸는데 이는 그마만큼 고원에 위치하여 빨리 농사가 시작되고 수확도 빨랐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둘레길 중기마을에서 구절초 향연을 즐기고, 내인 마을(남원시 아영면 인풍리) 숲에 닿아 정겹게 놀고 있는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내인마을 아이일까? 명절에 할머니 댁에 놀려온 아이일까? 궁금증이 생겼지만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내심 내인마을 아이들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농촌의 아이들은 마을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마을숲 에서 만나 아이들은 더욱 반가웠습니다.  내인(內引)은 인풍리(引風里)에 속하는 마을입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은 인월(引月), 인풍(引風)에서 기인합니다. 이성계 장군이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치게 되는데, 이때 바람과 달을 끌어들여 아지발도를 죽이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또 일설에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이 마을이 풍치나대 즉 비단 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형국으로 비단은 바람에 나부껴야 빛이 난다고 생각하여 바람을 끌어와야 번창한다는 뜻으로 인풍이라 했다고 합니다. 마을에서는 ‘바람세기’, ‘바람시기’라 부릅니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내인마을 숲은 마을 뒤쪽에 자리 잡은 동산숲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놀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내인마을 사람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이 담겨 있는 동산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을 동산에는 당산이 자리하며 마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하지 않으며 잘 보존되는 곳입니다. 내인마을에서도 ‘당산’이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당산제’를 지내지 않지만 마을사람들이 신성한 했던 곳이 분명합니다. 동산숲은 자연스럽게 마을 능선을 형성하여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내인마을 숲도 그러합니다. 마을숲 뒤로 아영면 방향 도로가 일찍이 개설되어 숲 일부가 훼손되기도 하였으나 50여 호에 이르는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듯 마을숲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본래 마을숲은 하나인데, 마을회관 앞에서 도로 방향으로 작은 길이 나면서 숲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능선을 따라 ‘윗숲’, ‘아랫숲’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본래 하나의 능선인데, 묘하게도 식생이 다릅니다. 윗숲은 제법 연륜이 묻어나는 소나무와 서어나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몇 그루 느티나무로 후계목을 조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랫숲과 경계를 이루는 부분에 모정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랫숲은 대부분이 느티나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랫숲에는 놀이터와 운동기구, 쉼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윗숲과 아랫숲 경계에는 서어나무 2그루가 당산나무처럼 마을을 굽어다 보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주고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을이 자리 잡을 무렵에 심겨져 이성계 장군의 황산대첩 이야기도 간직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바람을 끌어들이고 달을 끌어들인 장면도 기억할지 모릅니다.
내인마을 박기웅 이장님은 내공이 있는 말을 필자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변화가 오려면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그 변화의 근원지가 내인마을, ‘바람세기’라고 말합니다. 백두대간 끝자락, 많은 기운이 머문 지리산 자락에서 생명력 넘치는 마을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마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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