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주변 가을 마을숲

비가 내리면서 가을을 더욱 재촉하고 있을 무렵에, 좀 늦었다 싶었지만 단풍든 마을숲을 찾았습니다. 마이산 주변 마을숲을 둘러보면서 가을을 느꼈습니다. 형형색색 단풍든 마을숲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경관입니다. 일반 독자께서는 마을숲이란 개념이 아직 낯설기는 하지만 요즘 풍수, 조경, 생태, 조류, 곤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종합 과학입니다.

진안지역에 아주 많은 마을숲이 현존합니다. 한 지역의 마을숲이 체계적으로 연구된 지역은 없습니다. 그래서 진안의 마을숲은 국내 뿐 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산 주변 마을숲도 주목 대상의 하나입니다.

진안지역에 대표적인 마을숲을 꼽으라면 원연장 마을숲, 하초 마을숲, 원반월 마을숲, 은천 마을숲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마을숲 규모가 천여 평 이상으로 클 뿐 만 아니라 마을의 수구(水口)막이 역할을 하는 숲입니다. 풍수적으로 비보 역할을 하여 마을을 풍수적으로 완벽한 땅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마을숲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여 마을 뿐 만아니라 농경지도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마을숲에는 다양한 마을신앙이 존재하며 마을공동체 역할도 합니다. 마을숲에는 당산나무와 돌탑, 거북신앙 등 마을신앙 유형이 있습니다. 특히 하초 마을숲에는 돌탑, 선돌, 거북 신앙 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마을신앙은 마을숲을 오랫동안 보호, 보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마을숲이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요인은 마을숲이 마을공동 소유라는 점입니다. 이점은 조상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마을숲은 마을 역사와 함께하며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를 지켜보았습니다. 마을숲은 마을이 형성 될 무렵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새마을운동 무렵에 마을숲이 수난을 당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마을숲이 수난을 당합니다. 당시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커다란 나무들이 베어져갔습니다. 새마을운동 때에는 마을에 전기나 다리를 놓기 위하여 마을숲 일부가 잘려져 나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나무가 자라 오늘날 마을숲을 이루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마을숲의 나무들이 크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요행이 살아남은 커다란 나무는 당산나무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마이산은 진안의 보물입니다. 마이산의 이미지와 인식은 전국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진안에서 왔다고 하면 모르지만 마이산이 있는 고장에서 왔다고 하면 쉽게 압니다. 뒤이어 마이산에 다녀왔다는 말도 합니다. 이런 마이산 주변에 많은 마을숲이 있습니다. 마을숲이 있는 마을에서 바라보면 마이산이 보입니다. 마이산의 바위가 비쳐 좋지 못한 기운을 막기 위하여 마을숲을 조성했다는 추측 등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원연장 마을숲은 동구숲으로 마을 안쪽 넓은 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하고 매우 아름다운 숲입니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단풍이 알록달록 예쁘게 물듭니다. 원반월 마을숲 역시 동구숲으로 아름다운 숲입니다. 대부분 느티나무로 조성된 원반월 마을숲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가을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원가림 마을숲은 상수리나무로 조성된 나무로 줄기에 생채기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원가림 마을숲의 단풍도 일품입니다. 은천 마을숲은 팽나무와 느티나무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햇볕을 맞은 느티나무의 단풍은 노란색부터 붉은색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펙트럼을 분출합니다. 원동촌 마을숲에서 가을 단풍의 절정을 봅니다. 눈부시게 파란하늘 아래 투명한 노랑 단풍이 마음을 흔듭니다. 가을은 이렇게 수많은 빛깔을 우리들 가슴속에 선사하고 떠나갔습니다. /이상훈 마령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