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군 구선동 마을숲과 돌석상

 가을볕이 너무 좋습니다. 요즘 장수지역을 답사하면서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가을들판이 풍요롭습니다. 그야말로 황금 들판입니다. 하늘은 높고 뭉게구름이 멋진 풍경화를 그려놓고 있는 계절입니다. 힘든 시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풍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구선동(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마을은 누구나 쉽게 찾아 갈 수 없는 곳입니다. 백두대간 깊고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아 마치 무릉도원을 찾아 나서야 닿을 수 있는 곳이 구선동입니다. 구선동은 200여 년 전에 김해 김씨가 처음 들어와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구선동의 주산(主山)은 ‘도리봉’으로 백호는 ‘구시골’날이며 청룡은 ‘봉낙골’ 줄기 입니다. 마을 앞으로 섬진강 지류가 흐르는데, 개천 너머를 안산(案山)이라 부릅니다. 구선동(九仙洞)은 아홉 명의 신선이 살았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합니다. 또는 아홉 명의 신선이 바둑을 두는 곳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합니다. 구선동은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하는 아주 깊은 산골에 자리 잡은 평화로운 아담한 마을입니다.
구선동은 많은 풍류객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구선팔경(九仙八景)이 전해 옵니다. 팔경(八景)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동아시아 특유의 경관인식 및 경관 감상 방법입니다. 예로부터 대한 팔경, 전주 팔경, 진안 팔경, 좌포 팔경과 같이 공간적 규모와 관계없이 지역의 빼어난 경관이나 특이한 풍속 등을 팔경으로 선정해 왔습니다. 그런 팔경문화가 구선동에도 전해 옵니다.

도리방(桃李流源): 도리방의 물릐 근원지. 마을의 주봉이며, 이곳에 구시소가 있다. 옛날에 이곳에서 용신제를 지냈다. 채기봉(碁峰疊石): 바둑돌이 첩첩이 쌓인 봉우리. 마을 안산에 있다. 대밭골(竹坪鳴雉): 대밭골에 꿩우는 소리. 개바우(洞口靑拘): 동리 앞에 푸른 개바우. 현재 마을 앞에 있으며, 수호신 역할을 한다. 안산(峰照月): 앞산 매봉에 비친달. 마을 안산을 가리킨다. 봉락골(鳳洞歸雲): 봉락골에 구름 도는 모양. 마을의 청룡맥이다. 뛰엄바우(躍瀑布): 뛰엄바우 폭포수, 유치재(柳嶺淸風): 유치재의 서늘한 바람 등이 구선동 팔경을 일컫습니다.

 구선동 입구에는 특이한 석상 2개가 있습니다. 오른쪽은 개 석상이며, 왼쪽에는 호랑이 석상입니다. 개 석상에 관한 내용은 구선 팔경 중에 개바우라 하고 동구청구(洞口靑拘)라 하여 마을입구에 푸른 개바우가 있다는 말이 전합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무렵에 번암면과 운봉읍의 경계인 ‘구름다리’에서 2기의 자연석을 가져와 마을 입구에 놓았다고 합니다.

 두 석상은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빌고 재앙을 방지하는 수호신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두 석상을 개와 호랑이가 아닌 전혀 다른 동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개 석상을 두꺼비 석상이라 하고 호랑이 석상을 말 석상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석상을 보면 동물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어느 이야기가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마을사람들은 이 석상을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구선동 마을 숲은 서어나무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서어나무 껍질은 회색이고 근육처럼 울퉁불퉁합니다. 다른 나무껍질과 달리 인상적입니다. 서어나무는 숲의 천이과정(遷移過程)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극상림(極相林)의 중심이 되는 나무입니다. 마을에서 마을숲을 조성할 때 오랫동안 마을과 함께 할 나무를 선정하는 것도 마을분의 지혜 일 것입니다.
구선동 숲이 조성된 곳을 ‘숲거리’라고 부릅니다. 구선동 숲은 수구막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서어나무 10주도 되지 않지만 마을을 완벽하게 비보(裨補)하여 명당화 하고 있습니다. 마을 숲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 또 다시 마을에서 석상을 구해서 마을을 수호 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덕분인지 구선동은 6.25 전쟁 때 피해가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백두대간 좋은 기운을 받아 활력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추석 맞이하세요! /마령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