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부침개를 먹고 싶게 됩니다. 비 내리는 날이면 “부침개나 부쳐 먹을까?”라는 말을 쉽게 듣습니다. 속설에는 부침개 부칠 때 나는 소리가 비 내리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그 이유를 찾습니다. 그러니까 비 내리는 소리에 부침개 부치는 소리를 연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좀 과학적인 근거는 비가 내리면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줄게 되어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서 사람의 기분을 울적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울적해지면 혈당이 떨어지면서 몸의 변화가 생겨 탄수화물을 먹고 싶어지게 만드는데, 탄수화물이 혈당을 높여주고 밀가루에 들어 있는 비타민 B와 단백질이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비 내리는 날 부침개를 부쳐 먹는 이유는 농사일을 잠시 뒤로하고 마을회관에 모여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부침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막걸리라도 함께 하면 더욱 좋겠지요? 요즘 같으면 부추와 호박에 매운 청양고추 몇 개 썰어 넣어 부침개를 해 먹으면 좋겠고, 겨울철에는 김치전 이상으로 더 좋은 부침개는 없겠지요. 임실로 가는 길에 태풍에 관한 뉴스가 계속 되었습니다. ‘찬홈’이 비바람을 몰고 북상중이라고 합니다. 피해 없이 저기압으로 소멸되기를 바라면서 중부 이북 지역에도 비를 가져다주기를 기원했습니다.
양지(임실군.읍 정월리)마을에 닿아 마을회관에서 마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역시 부침개를 부치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마을 사람들의 인심은 마을이 화목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양지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은 온전한 땅이었습니다. 마을은 봉화산-응봉-노산으로 이루어지는 맥, 서쪽 사면에 위치하여 든든한 주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은 좌·우 맥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을 비보(裨補)하기 위하여 좌청룡 맥과 우백호 맥에 마을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서어나무와 느티나무로 조성된 마을숲은 그 규모가 상당하며 마을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숲입니다. 마을숲 나뭇가지 하나라도 함부로 하지 않았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양지마을 마을숲도 일제 강점기에 수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배를 만들기 위하여 커다란 귀목나무를 베어갔다고 합니다. 그런 후에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우백호 맥은 북쪽이어서 겨울철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숲이기에 마을사람들의 애정은 남다릅니다. 한때 마을숲 범위가 지금 보다는 훨씬 넓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지마을에는 ‘돌비석’이 본래 5개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3개가 전하고 있으며 마을 입구 모정 맞은편에 위치하며 당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돌비석’은 선돌인데, 마을숲과 같이 마을을 비보하기 위하여 세워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낙촌(임실군.읍 신안리)마을은 한말 한지호가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낙촌(洛村)이란 이름은 마을 앞에 끊임없이 샘솟는 좋은 샘물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낙촌 마을숲은 마을 뒷산 능선에 위치합니다. 마을 뒤 능선이 낮아 북풍을 막기 위하여 조성된 숲입니다. 양지마을과 같이 서어나무숲입니다. 마을 가운데로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가는데, 이곳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으며 좌.우 능선에 기다랗게 서어나무로 마을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흔히 마을 뒷산 능선이 약하면 토성을 쌓기도 하고 숲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숲을 조성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서어나무는 서쪽에 있는 나무라 하여 서목(西木)으로 표기하는데, 여기에서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하지만 특정 방향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서나무, 서어나무로 와전하여 마을사람들이 부르고 있습니다. 여느 나무와 같이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잎 모양새에 따라 서어나무, 개서어나무, 긴서어나무, 당개서어나무, 섬개서어나무, 왕개서어나무 및 왕서어나무 등으로 부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서어나무라 통칭합니다. 특히 서어나무는 나무껍질이 회색이고 근육 모양으로 울퉁불퉁하여 다른 나무와 쉽게 구분이 됩니다. 느티나무와 달리 장수목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어나무는 숲의 천이과정(遷移過程)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극상림(極上林)의 중심이 되는 나무입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사람들이 서어나무를 선택한 이유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입안에 부침개 부추향이 한 없이 돌아오는 동안 맴돌고 있었습니다. /마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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