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원좌산 마을숲

 

 

 

　원좌산 마을(진안군 성수면 좌산리)은 임실군 관촌면과 경계에 있으며, 진안의 전통적인 길지를 일컫는 8명당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진안의 8명당은 ‘옥녀창가(玉女唱歌)’라는 명당이 있다고 전하는 노래재(부귀면 황금리 가치), 배 모양인 ‘행주형(行舟形)’ 송대(진안읍 운산리 송대), 구름 속에 반달 모습인 ‘운중반월(雲中半月)’ 원반월(진안읍 반월리 원반월), 연꽃이 물위에 떠 있는 모습인 ‘연화부수(蓮花浮水)’형국 원강정(마령면 강정리), ‘배형국’인 평장(백운면 평장리), 다섯 말이 안장을 벗어놓은 모습인 ‘오마탈안(五馬脫鞍)’ 형국 동창(백운면 동창리), 신하가 임금에게 조례를 하고 있는 모습인 ‘군신회조(君臣會朝)’ 좌산(성수면 좌산리), ‘배형국’인 좌포(성수면 좌포리) 등입니다.
　8명당 개념은 조선 8대 명당, 호남 8대 명당, 강릉 8명당 식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길지를 말하는 개념입니다. 여기에는 음택과 양택 길지가 혼재되어 있으며 진안 8명당은 양택 개념이 강합니다. 
　농촌 풍경이 한가로운 때입니다. 파란 하늘에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논은 푸른 양탄자를 펼쳐 놓은 듯 분주했던 농사일이 끝나고 한동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때가 요즘입니다. 백중이면 마을마다 잔치가 벌어지고 한바탕 풍물도 울려 펴지던 때도 이쯤입니다. 올해는 윤달이 있어 백중이 8월 말께나 찾아옵니다.
　원좌산(元佐山) 마을은 전주 이씨와 조양 임씨 등에 의하여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원좌산 마을은 백마산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방미산 아래에 위치합니다. 마을 앞쪽에 널따란 평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풍요로운 마을입니다. 방미산에서 내려온 검은골·큰황새알골·작은황새알골의 물이 남쪽으로 흘러 마을 앞 구신천으로 유입됩니다. 구신천은 마을 서쪽 관촌 쪽으로 흘러가 섬진강에 합류합니다.
　원좌산 마을 숲은 마을 우측에 해당하는 서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마을 뒤쪽을 감싸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가 지원 지방도 49호선이 임실군 관촌면에서 들어와 원좌산 마을을 거쳐 북으로 설치재를 넘어 외궁리와 연결되는데, 지방도 49호선으로 인해 숲이 끊어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 숲은 느티나무 15그루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는 수령이 400년에 이르며 이는 원좌산 마을 역사를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마을 숲의 규모는 길이가 150m이고 면적은 4,500㎡이며 마을 소유로 현재는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원좌산 마을숲은 우백호 맥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위 풍수상 장풍 비보(藏風裨補)를 위해 조성된 숲입니다. 장풍비보는 풍수상 장풍적 조건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청오경(靑烏經)에서 말하는 이상적 지형은 ‘사합고주(四合周顧)’라 하여 주위 사방의 산수가 두루 감싸인 듯 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주문(註文)에 사합고주(四合周顧)란 좌우전후에 비거나 빠진 것이 없음을 말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풍수에서 말하는 명기(明基)의 조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만약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 지형에서는 장풍비보가 필요합니다. 설심부에서는 좌청룡, 우백호 맥이 뻗을 경우 반드시 머리를 돌려야 하나 쭉 빠져나가 잠그지 않을 경우도 비보 대상이 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당을 중심으로 좌우의 지세가 주거지를 감싸 안지 못하고 벌어졌거나 빠지는 형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 장풍비보, 주로 숲이나 돌탑을 활용되는데 원좌산 마을숲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상들은 풍수와 지리가 완벽한 자리를 찾아내는 술법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당의 조건이 부족한 터를 인공적으로 보충함으로써 제대로 된 삶터를 가꾸고자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마을 숲은 원좌산 마을에 터 잡아 살아왔던 마을 사람들의 대동적 공동체를 추구했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증표입니다. 어떻게 보면 원좌산 마을은 풍수적으로 대단히 불안전한 땅인지 모릅니다. 불안전한 땅을 명당화 시키기 위하여 마을 숲을 조성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원좌산 마을이 오늘날 진안의 8명당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마령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