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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한 조각 달빛

한 조각 달빛 가득, 구름은 천년 세월을 흐르나요. 천년의 눈물을 모으면 이 맘 다 대신할까, 달빛이 잠든 저 하늘 끝에 오늘도 서성거립니다. 달빛은 아무리 바라봐도 눈이 부시지 않아요. 아무 것도 자랑하지 않는 친근한 빛으로 조용히 어둠을 밝혀요. 달빛 그림자 드리워진 참 아름다운 밤입니다. 치열하게 삶을 사는 것은 천년의 세월을 만나고, 또 이별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요.

천년도 더 오래 전, 별이 떨어진 자리에 생겨난 우물에 괴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오랜 악의 결과로 그곳에 봉인 당한 괴물이 풀려나지 않게, 죄의 대가를 치르게, 우물지기가 매일 괴물에게 독을 붓는 답니다. 그 독은 불같이 고통스러워 독을 삼킨 괴물은 우물 안에서 춤을 추고, 또 추고, 추었지요. 좁은 우물 안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추고 또 추며, 천년 동안 춤을 추고 있답니다. 괴물은 왜 독을 삼킬까요? 배가 고파서요? 아니요, 괴물은 외롭고 외로운 나머지 독을 먹는답니다. 고독을 마비시키기 위해 독을 먹는답니다.

그래서 달빛은 길어 올린다고 해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 아니에요. 달빛을 그대로 두고 마음을 다해 그 빛을 보듬을 때 비로소 한가득 길어 올려지는 것인지도 몰라요. 하루가 천년이 되고 천년이 하루가 되어 미끄러지듯, 이내 맘이 달까지 도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때론 천년을 하루 같이, 때론 하루가 천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오롯이 담은 오늘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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