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유일하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다기능 공원이 있으니 바로 변산반도 국립공원이다. 해안가는 외변산, 내륙 산악지역은 내변산으로 구분하고 있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바, 의상봉, 신선봉, 쌍선봉 등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봉우리를 지녔다. 그 사이에 개암사, 내소사, 월명암 등 유서 깊은 고찰이 있고 직소폭포, 봉래구곡, 낙조대 등 승경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유천리도요지, 구암리 지석묘군과 호벌치와 우금산성 등 역사 유적지가 있다.
18세기의 부안 변산은 어땠을까. 표암 강세황(1713~1791)이 18세기 부안을 배경으로 남긴 유일한 실경산수화인 ‘우금암도(미국LA 카운티미술관 소장)’는 강세황이 아들 완이 부안현감으로 재임(1770.8~1772.1)하던 당시 이틀에 걸쳐 부안의 변산 일대를 유람하며 그린 산수화다. ‘우금암도(禹金巖圖’는 강세황이 그린 실경산수화로, 그림과 함께 적은 글은 ‘표암유고’의 ‘유우금암기(遊禹金巖記)’에 동일하게 수록되어 있다. 변산 특유의 암산(巖山)의 분위기를 굵은 갈필(渴筆)로 표현하되, 명승지를 지나며 빠른 필치로 각 장소의 특징을 사생한 작품으로, 당시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지역이 금강산이 아닌, 전북 부안 일대를 그린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우금암도’에서 보이는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구도와 묘사는 그러한 강세황의 생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세황이 영조의 당부를 듣고 절필을 선언했던 기간 중에 그려진 작품이면서, 금강산처럼 즐겨 그리던 지역이 아닌 전북 부안 일대를 유람하며 남긴 유일한 실경산수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림의 구성은 이동 경로에 따라 우금암(禹金巖)→문현(文懸)→실상사(實相寺)→용추(龍湫)→극락암(極樂庵)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우금암과 문현 사이의 장면은 지명이 적혀 있지 않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우며, 극락암은 현재 남아 있지 않고 주변 기록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장소이다. 우금암은 상서면 감교리에 위치한 우금산(329m)의 정상부를 이루는 바위로 그 아래에는 천년 고찰 개암사가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국내 휴양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보물 같은 장소에서 호젓한 휴식 시간을 갖고 싶다면 변산반도가 제격이다. 무엇보다도 해안을 따라 걷는 변산마실길도 여름에 즐기기 좋은 여행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때문에 이 곳은 빼어난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여행지를 모아 놓은 코스로,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갖는데 안성맞춤이다./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이종근의 행복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