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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창문학비

김제시민문화체육공원의 시비

 

 

 

 

 

 

 

 -시 한편에 마음을 빼앗겨도 좋은 피톤치드 가득한 시비공원


 김제시 검산동 시민문화체육공원안내 이정표를 따라가니 시원하게 탁 트인 공원이 나온다. 오나가나 지평선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보니 모든 규모가 널직널직하다. 여러 가지 스포츠관련 시설과 잔디광장 그리고 더 빨려 들어가다 보면 편백나무 숲을 만나게 되고 미로처럼 연결된 산책로에 각양각색의 조각형태로 설립된 시비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뿐이 아니라 공원을 에워싸고 있는 호수가 지친 마음을 쓰러 내리게 한다. 호수에 진을 치고 있는 오리 떼들은 불청객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졌는지 미동도 않는다. 이렇게 멋지게 조성된 시비 조각공원이 안내판 하나 없이 숨겨져 있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이 공원에는 조각 작품 17점과 국내외 시인 시비 20점이 설치되어있다.
 전국의 중견 조각가들과 지역출신 유명 서예가들의 글씨로 윤동주의,<서시> 워즈워드의 <무지개>등 명시 20여 작품이 새겨져 볼거리와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시비에는 국민애송시가 대부분으로, 한 눈에 눈에 익은 시도 있고 처음 보는 시도 있어 더욱 호감이 생기며 분위기에 따라 감성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여러 시인들의 시향을 음미하며 시 한편에 마음을 빼앗겨도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 됐다. 먼저 황진이<동짓달 기나긴 밤>이 한겨울 방문자의 마음을 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 버혀 내어/ 훈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날 밤이여는 구뷔구뷔펴리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외로이 홀로지내는 여인의 마음이 잘 묘사 되어있다. 그러나 재색을 겸비한 조선최고의 미인 황진이가 어찌 임을 기다리고 말고의 처지가 아니었을 터 인데, 좀 내숭스럽고 여자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 아닌가. 그러나 본격 기녀 시조로 시조문학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절창이다. 유치환의 <그리움>시비 앞에 서니 언젠가 통영 문학기행에서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의 러브스토리를 들었고 청마거리의 통영 중앙동 우체국 빨간 우체통이 생각났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낙엽 지는 때를 기다려/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가을의 기도 일부)' 자연에 대한 예찬을 중심으로 낭만주의 작품을 남긴 김현승과 현대시의 불모지에서 시의 꽃을 피운 정읍출신 정렬시인의
<바람소리>가 가슴속에 일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밝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한국근대시에 불후의 업적을 남긴 ‘님 의 침묵’의 시인이며 3.1독립선언에 민족 대표로 참가한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이다.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 보선이여!(조지훈 승무 일부)'에서 아직 속세를 벗어나지 못한 여승의 모습이 마음으로 읽혀진다. 조지훈을 이야기할 때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를 빼놓을 수 없다. 주로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자연을 소재로 노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무지개 일부)'
 William Wordsworth의 <무지개>를 음미하면 여름날 소나기 후 오색 무지개를 발견하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경건히 바라보던 생각이 났다. 중국최고 시인으로  이백과 함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의 <손님>과 놀라운 신통력과 특별한 수행 방법을 통해 행동하는 실존주의자로 통한다. 진묵대사 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정도로 교육과정에서 많이 다루어진 윤동주의 <서시>까지 감상하고 짧은 사랑, 그리고 긴 이별이 된 분단의 비극 주인공,  기생‘자야’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백석의 <여수>를 만난다. 자야가 백억을 봉헌하며 남긴 ‘백억도 백석시의 시 한 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외에도 월북시조시인 조운, 한국전통서정시의 맥을 이은 박재삼, 시에서 너그러운 회포를 자아내는 송남 이병기, 대표적인 참여시인 김수영 등의 시비도 만날 수 있다. 김제시가 만든 걸작 피톤치드 가득한 시비공원, 시향 가득한 산책로를 걸으며 모처럼  작은 평온함에 젖어봤다.  (양규창 / 시인. 전라북도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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