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과 서해바다가 머무는 군산, 삶의 향기와 문학의 향기 가득한 진포시비공원’
'역사는 흘러간 과거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봄을 기다리는 금강하구에 황사가 '탁류'처럼 뿌옇다. '탁류'의 무대 군산은 일본의 기업형 농장이 가장 많이 진출한 일본 식량조달의 거점이었다. 볏섬을 가득가득 실은 달구지가 군산항으로 가는 동안 죽어나는 건 논밭을 빼앗긴 농민들이었다. 군산항처럼 슬픈 유산이 어디 있을까. 군산항은 쌀만 수탈당한 것이 아니라 목숨까지 수탈을 당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숫자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일본으로 징용을 끌려갔다. 그들의 눈물이 넘쳐난 군산항이다. 세월은 바뀌어 요즘은 수입쌀 하역 작업이 한창인 군산항이 되었으니 농민들에 대한 또 다른 수탈이 아닐까.
군산시는 금강시민공원 부근에 백릉 채만식 선생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1년 부지 9887㎡에 연면적 533㎡ 규모의 '채만식문학관'을 운영중이다. 채만식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문학관은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 영상세미나실에서 백릉의 작품세계와 일생을 담은 비디오를 관람할 수 있다. 문학관 1층에 재현에 놓은 백릉선생의 집필모습, 입고 있는 옷이나, 걸려있는 옷들이 모두 생전에 입었던 옷으로, 비구니로 출가한 딸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월명공원에는 채만식문학비가 있다. 전면에는 소설 '탁류'의 일부가, 뒷면에는 채만식의 약력이 각각 새겨져 있다. '탁류'는 '초봉'이라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한 식민지 시대의 어둡고 혼탁한 현실의 고발과 풍자하는 내용으로 우리 민족의 피땀과 보람을 빼앗아 가는 일제의 수탈 속에서 우리 민족이 파멸되고 타락하는 모습 암시하고 있다. ‘진포 시비 공원’은 채만식 문학관에서 500m거리에 위치하며 고려 말 일본 왜구를 화약 공격으로 대파한 최무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진포라는 이름을 썼다. 이 공원은 군산시의 문학의 고장 이미지을 확산시키기 위해 서해와 금강이 풍경이 머무는 자리에 2007년 조성되었다.
국내 유명 시인들과 우리에게도 친숙한 외국 시인들의 시를 이런 저런 모양으로 된 우람한 화강암에 새겨 조성했다.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신석정의 빙하’,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산유화’, ‘김수영의 풀’, ‘한용운의 님의 침묵’,‘김춘수의 꽃’, ‘박두진의 해’, ‘이육사의 청포도’, ‘박목월의 윤사월’,'고은의 노래섬’, ‘구상의 초토소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병훈의 고속도로변 까치둥지에서는’ 등의 작품이 있다.?그 밖에도 ‘윌리엄 워즈워드’, ‘타고르’, ‘헤르만 헷세’, ‘이상은의 무제’, ‘라이너 마리아 릴케’,‘윌레소잉카’가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후보로 거론되는 군산이 낳은 위대한 문인이며 격동의 근현대사를 관통한 고은시인의 '노래섬'을 감상해 본다.
'내 고향 앞바다에는 아주 궁금하게 여기저기 섬들이 잠겨 있습니다 그 가운데 자그마하게 노래섬이 잠겨있습니다/서해 난바다 큰바람이 닥쳐오면 으례 그 섬 둘레에서는 어김없이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먼 예로부터 큰 바람에 죽은 고기잡이 혼령들이 큰 바람 때마다 어김없이 나와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며칠이고 밤낮으로 부르는 노래 였습니다/그런 노래섬을 바라보며 자라난 나에게도 황홀한 혼령이 늘어붙어 오늘에 이르도록 노래하는 떠돌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간혹 숙연한 세월임에도 어설프게 어설프게만 노래하는 떠돌이가 되었습니다'
군산에 고은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고은 문화사업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고은 문화축전을 비롯해 생가터 복원, 문학관 건립 등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취지다. 금강휴게소 공원에 놓여있는 이광웅 시비를 찾았다. 그는 천진무구한 시세계를 펼쳐 보인 서정 시인으로 5공 초기 신군부 집단에 의해 저질러진 수많은 용공 조작 사건 중에 대표적인 예로 기록된 '오송회'사건으로 삶에 크나큰 변화를 맞이했다.이 사건에 연루자가 현직교사였다는 점에서 당시에 충격과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4년 8개월째 사면조치로 풀려났지만 고문 후유증과 병마를 이기지 못해 요절한다.탁류가 흘러간 뒤에 유력한 노벨상문학상후보 고은시인을 배출한 군산의 작가들은 한결같이 고향을 지키며 향토색 짙은 작품 활동으로 군산 문학의 명맥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군산근대역사체험공간에 만난 '역사는 흘러간 과거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는 글귀의 의미가 깊다. /양규창 (시인. 전라북도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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