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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경기전에 온 돈키호테

 

 

 

 

 
‘경기전’은 왕이 나서 경사스러운 터라는 의미다. 전주한옥마을의 들머리에 있으며,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대표적인 유적이다. 조선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태종 10년(1410)에 창건했다.
 전주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이 27일까지 갖는 기획 초대전 '경기전에 온 돈키호테'는 경기전이 갖는 상징성과 장소성에 '돈키호테'의 창의성과 우상을 향해 돌진하는 도전정신을 덧대어 미술가의 상상력으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기 위한 기획초대전이다.
초대작가는 김영구(사진), 이문수(설치, 영상), 이호철(조각), 전형주(회화) 등 4명이다. 사진작가 김영구는 태조로를 소재로 장대한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고집스럽게 전주한옥마을과 그 중심에 있는 태조로와 경기전을 따뜻한 앵글로 담아내고 있다. 필름 카메라를 삼각대에 견고하게 고정해 놓고 360° 회전하면서 포착한 태조로의 풍광은 일품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조각가 이호철은 현실의 무게를 뒤로하고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재치 있게 풍자하면서 관자에게 은은한 미소를 선사, 돈키호테의 애마 로시난데를 구현하고 있다. 미끈하게 잘생긴 백마는 화려한 조화(造花)로 장식한 치우천왕을 문장(紋章)처럼 달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고 공차기를 즐기는 작가는 붉은 악마의 상징인 치우천왕과 로시난데를 데리고 경기전에 왔다.
 이문수(설치, 영상, 회화)작가는 '인내천'을 선보인다. 작가는 ‘왕이 나서 경사스러운 터’라고 일컫는 경기전을 조선의 3대 임금 태종의 욕망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무를 겸비한 태종은 반대세력을 평정하고 유학을 통해 통치 기반을 확립하고자 했다. 그래서 사대부에게 ‘道心(도심)’을 강조한다. 이는 학문 자체의 깊이보다도 원만한 인격 도야에 힘쓰는, 즉 마음공부를 중시하는 사회 풍조를 조성하고자 의도한 지침이다. 요샛말로 풀이하면, ‘가만히 있으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감히 사과를 베어 먹으려 하지 않는다. 사과를 베어 먹은 자만이 “人乃天-사람이 곧 하늘이다.”고 외칠 수 있다고.
 대전의 중견작가 전형주는 종묘를 자신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해 그렸다. 종묘는 유교를 지배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의 역대 왕과 왕비 그리고 죽은 뒤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하고 국가적인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세필을 활용, 섬세하게 묘사한 전형주의 종묘는 조선왕조의 흥망성쇠를 함축하고 있는 아우라를 머금고 있다.
 김완순관장은 "  미술가는 재능을 팔고 재력가와 권력가는 미술을 통해 부와 힘을 과시하는 시류에서 예술가의 상상력과 감수성은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무감각해지기 쉬운 현실이다. 그래서 자신을 미술가로 생각하고,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는 고집스러운 돈키호테를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며 "다소 어려운 주제전에 야심 찬 작품을 출품해 준 작가에게 감사드리고, 미술관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나누기 바란다"고 말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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