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상훈마을숲

진안 백운 원반송과 내동 마을숲

 

 

 

 

 

 진안을 다니다 보면 15년 전에 마을 신앙이나 유래를 조사하기 위하여 자연마을을 일일이 답사했던 기억이 자주 납니다. 마을유래, 풍수, 신앙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신 어르신은 잘 계실까? 국수, 감자, 음료수를 주며 정겹게 맞이해 주신 아주머니도 잘 지내실까? 지금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탑제, 당산제가 진행되고 있을까? 필자에게 있어 진안은 어머니 품같이 따듯하고 정겨운 곳입니다. 전주고 근무를 마치고 다시 진안에 돌아가면 마을들의 변화모습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마을도 유기체처럼 생성되고 소멸되는 존재인데 과연 얼마나, 어떻게 변화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 되리라고 생각에서 입니다.
 가을 빛깔이 한껏 뽐내는 진안 백운 들녘으로 갑니다. 백운면은 어느 곳보다 풍요로운 곳입니다. 원반송(元盤松) 마을 천변에 자리한 느티나무가 보고 싶어 찾았습니다. 반송(盤松)이란 이름은 마을에 300여년 된 소반모양을 닮은 소나무가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만육 최양 선생 유허비를 모신 구남각(龜南閣)이 있어 마을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잠시 동안 머무른 원반송 마을에서 자주 뵈었던 김봉권 어르신을 뵌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원반송 마을 찾았을 때 마을 유래며 기우제, 풍수, 도깨비 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주셨던 그분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원반송 마을에서는 마을에 불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를 도깨비가 일으킨 것이라 하여 옛날 당산을 지내던 자리인 모정 아래쪽에 음력 정월 초엿새 날부터 여드렛날 중에 정하여 제를 모십니다. ‘도깨비 제’라고 부르고 제물에 도깨비가 제일 좋아한다는 묵을 반드시 준비한다고 합니다. 반송마을은 풍수적으로 지네혈이고 천 건너편 두원 마을은 닭혈이라고 합니다. 닭이 지네를 쪼아 먹기 때문에 다리를 놓으면 마을이 좋지 않다고 하여 한동안 징검다리를 놓아 다녔다고 합니다. 현재는 기존다리 아래쪽으로 튼튼한 다리가 새롭게 놓아졌고 이제는 전설로만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원반송 마을은 섬진강 상류에 위치한 마을로 천변에 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원반송 마을숲은 300m정도에 이르는 천변에 느티나무를 비롯해서 소나무, 개서어나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다랗게 형성된 느티나무 숲은 단풍이 든 가을에 더욱 장관입니다. 원반송 마을숲 수종이 대부분 느티나무로 조성되어 있는데 느티나무만큼 뿌리 퍼짐이 좋은 나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풍치림으로 제방을 강화시키는데 제격입니다. 원반송 마을 모정 앞에 자리한 느티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수령이 450년에 이른다고 합니다.
 느티나무가 오랫동안 잘 크는 나무라고 잘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천년을 넘게 살아온 느티나무가 열아홉 그루나 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도 열여섯 그루나 됩니다. 또 특별히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무려 6,700그루나 됩니다.
 내동산 아래 자리 잡은 내동(內洞)마을로 향합니다. 내동 마을은 천안 전씨, 경주 김씨, 김해 김씨, 함창 김씨에 의하여 형성되었습니다. 마을 이름은 뒷산이 내동산이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내동마을에는 천 건너편에 위치한 소나무 숲과 좌청룡 맥에 조성된 숲이 있습니다. 내동마을 소나무 숲 조성은 풍수적 이야기와 관련됩니다. 내동마을은 내동산 북서쪽에 뻗은 자락에 위치하는데, 여음(女陰)형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안사람을 뜻하는 내(內)자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을 앞으로 멀리 덕태산 자락 한줄기가 마치 남근(男根)처럼 뻗어 내려와 있어 이것이 보이면 마을 여인네들의 풍속이 문란해진다고 하여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마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습니다. 즉 화기(火氣), 살기(煞氣) 등이 마을에 비친다든지, 해로운 바위가 비친다든지, 마을을 넘보는 규혈(窺穴) 등이 마을 주변에 존재합니다. 이럴 경우 불길한 요소가 있는 방향을 가로막아 불길한 기운이 마을에 미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법 중 마을숲이 이용됩니다. 이를 엽승림이라고 합니다. 내동마을 소나무 숲은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하여 조성된 것입니다. 내동마을 소나무 숲은 800여 평에 이르고 110여 그루의 소나무로만 조성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의 내동마을 마을숲은 마을 좌청룡(북향)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합니다. 이곳에는 본래 개서어나무로 3,000여 평 정도 되는 대단히 큰 숲이 조성되었는데 벌목으로 인하여 현재는 리기다소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개서어나무 등 구성되어 있고 규모도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곳에 숲이 조성된 이유는 청룡 맥을 강화하고 특히 방풍림으로서 역할을 위함 입니다.
 비온 뒤라 숲 빛깔이 더욱 푸르렀습니다. 노란하게 익어가는 알곡과 조화를 이루면서 맑고 맑은 가을은 이렇게 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진안 마을들을 찾아가는 꿈을 꾸며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

 

'이상훈마을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주 통안 마을숲  (0) 2013.10.14
진안 원가림 마을숲과 상수리나무  (0) 2013.09.30
장수 용계 마을숲  (0) 2013.09.02
장수 월강마을 깔봉 숲과 초장 마을숲  (0) 2013.08.05
완주안남마을 마을숲  (0) 201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