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웬만한 여염집치고 서화 한두 폭이 걸리지 않은 집이 없으며, 하다 못해 허름한 대폿집이나 변두리 다방에도 서화가 걸려 있을 정도로 누가 뭐래도 문화예술의 도시이다. 고려시대의 문장가인 이규보는 “기와집이 즐비하여 옛 도읍의 풍도가 있고 사람 들이 수레로 물건을 나르며 의관을 정제하고 다녀 가히 본받을 만하다”고 전주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은 지난 1952년에 문을 연 전주의 삼양다방. 경원동 홍지서림 사거리에 옹색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처음 개업 이후 자리를 옮긴 적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꼽힌다.
얼마 전까지 아침 8시30분이면 매일같이 문을 열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뜨거운 물에 찻잔을 데운다.
그리고 구독하는 신문 4가지를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오전 9시쯤이면 첫 손님이 온다. 매일 오는 손님들이다. 주로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옛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도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6시가 넘으면 손님이 없어 일찍 문을 닫는다.
예전에 삼양다방 옆에는 고풍스런 한옥 기와집이 한 채 있었는데, 이병기 변호사로 카이젤 수염을 기르고 스틱을 짚고 거리에 나서면 그 풍채에서 풍기는 전주선비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가 옛날 삼양다방의 단골손님으로 차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전한다.
옛날에는 이곳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고 서화가들이 모여서 미술전이나 서예전을 자주 열었던 문화공간으로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기억하고 있다.
동문예술거리추진단과 삼양다방의 새 건물주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알려져 있는 동문거리에 있는 삼양다방의 복원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에 건물주가 바뀌면서 삼양다방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었으나 동문예술거리페스타의 일환으로 기획된 동문근대사진전을 건물 외벽에 기획 전시하면서 삼양다방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동문거리에서의 추억의 문화사랑방으로서의 상징성 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된 것 같다. 건물주와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새롭게 삼양다방을 복원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옛 전주문화방송 건물로도 알려진 현 삼양다방 건물은 노후된 벽체로 인해 리모델링이 불가피하여 현재의 위치에서는 보존이 어려워, 9월초 복원을 위한 철거에 들어간다.
이에 새 건물주는 복원에 들어가는 비용일체를 부담하기로 하고 리모델링이 완성되는 12월까지 추진단과 함께 이후의 운영에 대해 논의키로 합의했다.
더욱이 삼양다방을 살리기 위해 추진단은 동문예술거리협의회 및 지역의 뜻있는 시민들, 건물주와 이후의 운영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에 있으며, 삼양다방의 모든 집기와 고벽돌등은 잘 보관되었다가 새롭게 이전되어 복원될 예정에 있다니 참으로 반갑다.
언젠가, 쌍화차를 주문하니 잣이며 호두, 대추를 듬뿍 넣은 차가 나왔다. 마시기 전, 사진을 찍자 주인이 "옛날에는 거기에 달걀노른자를 넣어 마셨다"며 달걀을 깨 넣어주었다. 눈이 펑펑 오는 날, 다시 한 번 삼양다방을 찾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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