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의 환웅은 결혼을 희망하는 두 부족 즉 곰을 상징하는 부족과 호랑이를 상징하는 부족의 여인에게 쑥과 마늘을 주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희고 아름다운 피부로 가꾼 여인과 혼인하고 싶어서였다. 쑥과 마늘은 민간에서 미백을 위해 사용되던 약초이고, 햇빛을 보지 말라고 한 것도 백색피부를 가진 여인을 원했기 때문이란다.
백제인들은 분은 바르되 연지를 바르지 않은 은은하고 엷은 화장을 좋아했고 일본에 전하였다고 한다. 고구려인들은 5-6세기경부터 연지화장을 했으리라고 추측하는데 그 이유는 쌍영총 벽화의 남녀가 입술과 볼을 붉게 화장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수산리고분 벽화의 귀부인상도 뺨과 입술을 연지로 단장 하였으며 눈썹 모양은 가늘면서 약간 둥근 형태를 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는 화장이 화려하였고 고려시대는 궁궐 내에 교방을 설치하여 화장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 방법은 머리 기름을 바르고 먹으로 눈썹을 가다듬어 반달처럼 가늘게 그리며 빰은 복숭아처럼, 입술은 앵두빛처럼 연지를 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굴은 되도록 하얗게 보이도록 분백분을 짙게 발라 피부를 창백하게 했다. 이러한 화장법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졌지만 일반 여염집 여성들은 유교적인 문화로 인해 눈썹과 볼연지, 입술 등은 바르지 않았다고 한다. 개화기부터 화장한 서양 여인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화장품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1922년 서울 종로 연지동에서 가내수공업의 박가분(朴家粉)이 정식으로 제조허가를 받게 되었다.
화장은 더 이쁘게 보이기 위함과 결점을 감추기 위함이다. 건물도 화장을 한다. 그것을 우리 전통에서 “단청”이라고 한다. 즉 단청은 첫째, 목조건물의 재질을 보존하고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칠하였다. 즉 목조건물에 비바람이나 기후의 변화에 따른 목부재의 풍해ㆍ부식ㆍ건습 등을 방지하고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도채하였다. 두 번째로는 건물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하여 칠하였다. 즉 궁궐의 절대적 왕권을 상징하거나 종교적 의식을 위한 사찰, 사원의 장엄을 위해 도채하였다. 셋째, 목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칠하였다. 즉 목재의 옹이나 흠집 등을 감추고 외관의 미려함을 위해 도채하였다.
우리나라 단청의 시작은 목조건축물이 일반화된 삼국시대로 보고 있다. 단청의 안료는 “진채”라고 하는 광물성 안료로, 안료의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비싼 값에 수입하였다. 또한 흙에서 수비하기도 하고 조가비를 분쇄하여 사용한 색도 있다. 단청은 이렇게 광물성안료가 주재료이며 색을 펴 바르고 나무에 안료가 접착되도록 아교를 사용하였다. 아교는 동물의 가죽이나 뼈를 고아 굳힌 황갈색의 접착제로 나무나 자개를 붙일 때 사용하며, 요즈음은 아교 생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포리졸이라는 합성접착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안료는 녹색계통의 하엽·석록·삼록·뇌록색이 있고 청색계통에 청화·청화묵·이청·삼청, 백색계통에 진분·정분. 적색계통의 당주홍·연지·석간주·번주홍, 황색계통의 석웅황·동황·황단, 흑색계통의 송연, 접착제로 아교· 명유(明油: 무명석을 넣어서 끓인 기름) 등이 사용 되었다.
서양색으로 말하면 연두색인 양록과 진노랑색인 황, 주황, 군청 등이 대부분 화학안료로 대체되어 사용된다. 이 안료들에는 독소가 들어 있어 인체에 해롭지만 목조부재의 방충 · 방부 · 방청 · 방습효과가 있다. 또한 이전의 자연안료보다 색상이 선명하고 빛깔이 고운 장점이 있으나 반면에 여러 색을 혼합하면 화학적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색이 탁해지거나 건조 후 변색이 빠르게 진행되는 단점도 있다.
단청칠에 있어서 가장 먼저 사용되는 색이 뇌록색이다. 이 뇌록색은 서양색으로 말할 때 진한 녹색이다. 단청에서 이 진한 녹색인 뇌록색과 진붉은 밤색인 석간주색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단청의 기본색이 되는 붉은 단의 단(丹)과 푸를 청의 청(靑)이 합해져 단청(丹靑)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석간주색(사진 1)인 이 붉은 색은 주로 기둥과 같은 수직적인 부재에 많이 사용되고 푸른 청색인 뇌록색(사진 2)은 주로 창방과 평방 위쪽의 부재에 많이 사용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내 생각에 아마 옛 사람들은 소나무를 잘라 집을 지으면서 소나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빼앗은 생명력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기둥이 된 소나무에 소나무 줄기 색을 칠하고, 또 무성한 소나무 잎이 있어야 할 집의 머리 부분에 소나무 잎의 색을 입혀 생명력을 불어 넣었던 것 아닐까?
목부재에 단청을 올리는 순서는 처음에 문양을 그리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과정을 출초(出草)라고 한다. 즉 단청할 문양의 바탕이 되는 밑그림을 ‘초‘라고 하고 그러한 초를 그리는 작업을 출초라고 한다. 문양을 그리는 종이는 ’초지‘라고 하고 한지를 2겹~3겹 정도 배접하여 사용하거나 포장지를 사용한다. 그 다음은 천초(穿草)라고 한다. 이 과정은 출초한 초지 밑에 융, 또는 담요를 반듯하게 깔고 그려진 초의 윤곽과 선을 따라 바늘 같은 것으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아주 작은 구멍을 만든다. “초뚫기”라고도 한다. 다음은 타초(打草)다. 이는 가칠된 부재 위에 천초한 그림종이를 놓고 정분 또는 호분을 넣어 만든 타분주머니로 두드려 천초종이 사이로 백분이 들어가 출초된 문양의 윤곽이 백분점선으로 부재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색을 입히는 채화과정이다. 즉 목부재에 타초된 문양의 윤곽을 따라 지정된 채색을 차례대로 사용하여 문양을 그려 완성하는 것이다.
우리단청의 가장 근본색인 뇌록색은 경주지역의 뇌성산이라는 곳에서 채광하여 사용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생산이 중단되어 시아닌 그린(Cyanine Green)에 호분과 군청, 황토, 지당 등을 첨가 조색하여 사용한다. 문양은 중심에 어떤 문양을 두느냐에 따라 연화, 주화, 녹화로 구분한다. 따라서 연꽃을 중심에 두면 연화머리초(사진 3),
감꽃 문양인 주화를 중심에 두면 주화머리초(사진 4),
골뱅이를 중심에 두면 녹화머리초(사진 5)라고 부른다. 단청 문양의 구성 등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겠다. <자료 제공:전경미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교수/ 문화재돌봄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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