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고스란히 담은, 김신우의 ‘귀거래사’란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 땅이 있고 그 위에 내가 있으니
어디인들 이내 몸 둘 곳이야 없으리.
하루 해가 저문 다고 울 터이냐? 그리도 내가 작더냐?
볕이 지는 저 산 넘어 내 그리 쉬어 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쉬러 떠나가련다'
도연명은 태어나고 살아온 부패와 모순투성이의 세상을 피해 숨기보다는, 한 걸음 빗겨나 맑은 아침, 홀로 산책을 하거나 밭가에 지팡이를 꽂아 두고 잡초를 뽑으며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팽택현령으로 재직하던 중, 감독관에게 굽실거려야 할 상황이 되자 “내 어찌 쌀 5말을 위해 어린 아이에게 허리를 굽히겠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부임 80일 만에 관직을 벗어던졌습니다. 이태백은 스스로 술의 신이라 자처하며 천자가 불러도 곁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쾌의는 자아의 찾음과 회귀에 있지 않나요.
예로부터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적당한 때 그만두고 낙향하는 귀거래는 벼슬한 사람의 관행이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워싱턴이 귀거래했고, 제퍼슨이 고향의 오크나무 밑에 하얀 집을 짓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힘겹기만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은 더 고달프기만 합니다. 입시전쟁을 넘으면 취업전쟁이고, 한숨 돌리는 듯싶으면 생활전쟁입니다. 산골마을로 돌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어 새로움을 채우는 것, 맞나요.
그래서인가요, 현장에서 은퇴한 선배와의 자리에서 일어서기는 참 힘듭니다. 하시는 말씀 다 듣고, 따라주시는 술잔 다 받는 것 말고는 해드릴 게 마땅히 없으니,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읊조리다 보면 밤은 왜 그토록 시리도록 차갑기만 하며, 짧기만 한지요.
적은 월급으로 가족 부양하며 평생 이렇다 할 재산을 모으지 못한 모든 필부들의 소망이 귀거래로 이룰 수 있을까요.
눈앞이 아득할 뿐입니다. 하지만 텃밭에 씨를 뿌려 여름 내내 상추며 쑥갓으로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게 하고, 뒷산의 진달래꽃 따다가 화전이라도 부쳐 봄날의 기분을 만끽하는 재미가 쏠쏠할,그 날을 그려봅니다.
그런데 제가 돌아갈 곳이 있을까요. 돌아갈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돌아갈 곳도 없는지 몰라요. 이는 저의 ‘귀거래사’입니다.
나, 돌아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주려마.
당신은 연어처럼 갈 곳이 있는가요.
歸(귀):뒤돌아보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요
去(거):쉬어갈 지언정 멈추지는 말아요
來(래):우리 앞의 삼라만상이 가슴을 뛰게 만드는데 이를 어찌해야 하나요.
辭(사):땀냄새 사람냄새 풀풀, 산첩첩, 물철철! 얼쑤 절쑤
'한국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내최고의 전주삼양다방 살린다 (0) | 2013.09.03 |
---|---|
건물도 화장을 한다 (0) | 2013.08.25 |
‘독도’, 전북대 박물관에서 만난다 (0) | 2013.08.13 |
조선여인의 삶전 (0) | 2013.08.12 |
국립무형유산원 (0) | 2013.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