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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황호철,11회 개인전

세상에 지친 가슴, 강물에 적시면 하늘도 잇대어 눕는다지만 물소리밖에 없는 계곡엔 시름만 젖어 흘러간다.
 화선지에 오감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대바람소리며, 염소떼들이 무리지어 노닐었던 언덕배기며, 그리고 고향 사람들의 수런거림 등이 짙게 묻어나는 풍경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인정은 정반대인 오늘에서란.
 이윽고, 눈 덮힌 산사의 설경 아래로 얼굴이 비칠 듯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가 염천의 무더위를 몰아내는 청량제가 된다.
 

<사진:유연준 사진작가 촬영>

운경 황호철화백이 1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도로교통공단 신관 3층 세이프 갤러리에서 열한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자연의 섭리를 기반으로 동양적 산수 철학의 명맥을 이어가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그동안 추구해온 산수화 20여 점에, 더 천착해가고 있는 화조화 15점, 합죽선 15점, 병풍 2점 등 52점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문인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화조화는 작가가 이미 오래 전부터 배워온 붓글씨까지 가미하면서 운기가 넘쳐 흐르고 있다.
 금배조와 장미, 철쭉, 화목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자연의 형태 속에서 물질적인 실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보며 그 섭리를 가능케 하는 정신을 파악하려 한다. 즉, 대상을 현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산수는 우리 마음의 근원이자 안식처인 셈이다.
 작가가 줄기차게 추구하는 산천과 산하의 정서가 드러나는 작품들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산사의 겨울, 강변조어, 추경, 구천동계곡 등 산천의 정서가 드러나는 표정을 놓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만한 작품 세계에 다름 아님을 보여준다.
 겨울과 봄이 상존하는 대작 ‘백두산천지’를 보다보면 시원함과 파릇파릇 봄냄새가 풀풀 풍기며 계곡과 폭포를 소재로한 작품들은 또랑또랑한 느낌으로 다가와 물이 금새라도 철철철 흘러넘칠 기세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는 “작가의 산수화는 투명하리 만치 맑고 담백한 맛을 자아낸다. 특히 담담한 이미지를 통해 시선을 아주 깊은 곳까지 끌고 들어간다. 어느 한 군데도 도무지 막히지 않는 부분이 없이 열려 있는 까닭이다”며 “이처럼 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점과 선을 조밀하게 구사하면서도 애매하게 표현하는 곳이 없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그러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을뿐더러 답답하지 않다”고 평했다.
 “이제서야 손끝을 간질이는 잔잔한 재미가 차오른다”는 작가는 “우리의 눈에 많이 익숙한 탓에 그저 지나치기 쉬운 풍경은 항상 곁에 있어 친숙해 분신과 다름없다”며 “오늘은 화구가 든 가방을 들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전주교육대학교, 전주대학교 미술학과,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수료, 전북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장, 대한민국 회화대전,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전주시 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지붕회, 산묵회 회원,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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