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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박경식 개인전

 

 

 

 

 

일시 | 2013. 6. 18(화) - 6. 23(일)
초대 | 2013. 6. 18(화) 6:00 p.m.
장소 |
교동아트미술관

단아한 유토피아utopia

 

뼈대와 기질이 있는 나뭇가지는 고상한 운치(高致)가 있고, 비어 있는 나무집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서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집요한 통찰을 통해서 하나로 응축한 풍경, 허정虛靜한 마음으로 창조한 유토피아utopia 속의 집은 단아하고 아름답다.

그 집이 있는 풍경은 관자에게 위로와 자유를 선물한다.

 

우리는 박경식의 유토피아에서 쉬어갈 수 있다. 우수와 고독, 슬픔과 무력감, 번잡한 일상의 피로와 공허를 내려놓을 수 있다. 이곳은 시적이고 초월적인 공간이다. 이 초월은 삶의 자리로 다시 ‘되돌아 감’을 전제로 하기에 경험할 수 있는 심미적 자유다. 각박한 도시에 허허롭게 사는 사람들은 양명한 기운이 감도는 조그만 이집에 꿈의 다리를 놓고, 보듬고도 싶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산수를 동경한다. 그러나 산수를 도피처로 생각하면, 그것은 착각이다. 주어진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수를 찾는다면, 머지않아 산수 역시 현실 대상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쉬어가기’는 결코 세상과 절연이 아니라 ‘되돌아 감’이 전제된 초월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세월의 풍상을 온몸으로 안고 자란 잡목(상수리, 갈참나무, 때죽나무, 아카시아, 싸리나무, 팽나무, 백일홍)에서 발동한다. 곧게 자랄 수 없는 야생 환경에서 자생한 나뭇가지의 거친 선 맛, 굽은 것은 굽은 대로 옹이가 있는 것은 옹이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의 생명력을 온전하게 포용하고 있다. 용마루는 뒷산 모양과 닮게 얹으면서 거칠게 자란 잡목가지의 골기骨氣를 살렸고, 양끝의 처마선은 자연스럽게 늘어진 새끼줄 선을 닮았다. 그는 우리 조상들의 집짓기 메타포metaphor를 작품으로 구현하면서 자연을 관조하고, 생의 유연함을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굵은 나뭇가지에 어울리게 좌향坐向을 잡고 결코 사치스럽거나 궁색하지 않은 단정하고 아담한 집을 짓는다. 자연의 재료를 이용하고, 지세에 합당한 집이어서 하늘과 산, 들, 바람, 풀을 포함한 천지만물을 집안 가득 끌어들인다.

우리는 그의 여백 있는 유토피아에서 바람소리와 함께 거닐고, 평화롭게 사색하고,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안거安居할 수 있다.

 

1956년 전라북도 부안 생生, 그는 내변산의 절경과 나무를 좋아하고, 시류에 편승하기보다는 가장 행복한 공간에서 살면서, 그림 속 한그루 나무처럼 든든한 버팀목이길 원하는 미술가이다. 곽희郭熙의 삼원법을 인물에 대입하면, 작가는 평원에 속한다. 고원은 명료한 사람이고, 심원은 자질구레한 사람이고, 평원은 맑고 깨끗한 사람이다.

 

그가 만들어 가는 맑은 풍경이 우리를 힐링healing한다.

 

2013. 6.

교동아트미술관 큐레이터 이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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