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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김학곤개인전

 

 

 

 

 

 

 

 

 

 

고향은 어머님 품속과 같아 삶이 지치고 고달플 때면 찾아가 쉬는 안식의 공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태를 묻은 고향은 여러 모습으로 다가왔다가 그러다 다시 찾아오는 그립고 그리운 존재다. 하지만 형체도 흔적도 없이 모두 사라져버린 고향땅엔 그저 사모하는 돌비석만이 홀연히 망향가를 부르고 있을 뿐이지만 지는 석양빛이 아무리 슬퍼도 저 감나무처럼 꼿꼿이 서서 바라볼 일이다. 당신이 떠난 그 겨울자리에 다시 봄물이 밀려온다.
 중견 한국화가 김학곤이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전주 교동아트미술관에서 ‘고향’을 테마로 15회 개인전을 갖는다.
 1999년과 2009년 고향인 진안군 용담댐 수몰과 관련해 '고향'이라는 주제로 수몰지구를 화폭에 담아온 작가는 이번 전시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2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화선지에 오감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대바람소리며, 염소떼들이 무리지어 노닐었던 언덕배기며, 그리고 고향 사람들의 수런거림 등이 잔뜩 묻어나는 풍경을 응축, 선보이고 있는 것.
 세상에 지친 가슴 강물에 적시면 하늘도 잇대어 눕는다지만 물소리밖에 없는 계곡엔 시름만 젖어서 흘러간다. 시나브로 하늘과 강 사이를 거슬러 허우적거리는 추억만이 살아 흐른다.
 스케치를 마치고 봄볕에 잎을 틔우는 감나무를 보며 시린 바람소리와 얼어붙은 강을 나는 잊었다. 이 봄날 슬픈 사내가 되어 강둑을 헤매는 것만큼 서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래도 침묵한 강에 던져진 추억의 햇살에 가슴을 활짝 열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강을 내차고 마을로 올라선 파르란 봄 물결이 언덕을 지나 어느 새 산으로 내달린다. 이에질세라, 마을이 산에 바짝 다가와 앉은 만큼 강은 아물거린다.
 수풀이 우거진 창 밖 풍경은 푸른색도, 녹색도 햇빛을 머금어 금새 터칠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오늘도 웅장하게 펼쳐진 녹음들과 듬성듬성 보이는 산천의 작은 마을들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아련한 언덕 너머의 추억, 짙게 드러워진 겨울 밤, 황금빛 태양을 잔뜩 머금은 가을의 마이산 탑사 등 오롯이 솟구치는 세월의 파편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선사한다.
 빚바랜 기억이 수묵담채로 피어나면서 이미 과거가 되버린 추억의 거울을 닦게 만드는 사이, 빛바랜 풍경들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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