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스토리

불교문화유산 유래를 알면 재미있다

  요즈음 날씨는 겨울과 봄이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다. 더 있고 싶다고 겨울은 버티고 어서 가라고 봄은 밀어내는.... 그 사이 나는 감기를 얻었다. 며칠을 고열과 기침으로 끙끙 앓고 있을 때, 조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받았더니 아무 말이 없어 이상하다? 할 즈음! “깨미고모할머니~”라는 너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 조카의 아들이 말 배우기를 시작하여 두 단어를 한다고 하였는데 이렇게 긴 말을 했다. 깨미라는 별칭은 우리 큰 조카가 ‘경미고모’라고 나를 부르는데 그 발음을 ‘깨미고모’라고 하여서 그때부터 그렇게 불렸고 후에는 개미처럼 쉼 없이 답사 다니고 연구한다고 지금도 나를 그렇게 부른다. 한 세대가 또 한 세대를 낳아 기르면서까지 ‘깨미’는 계속 불려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영향력이 없을 때, 즉 존재가 없을 때에는 ‘깨미’라는 이름은 그냥 족보에 기록된 고모로 이해될 뿐일 것이다. 
  불교가 이 땅에 자리를 한지 어언 2천년의 역사가 지속되고 있다. 절에 가면 크고 작은 건물들이 있고 그 안에 불상이 봉안되어 있으며, 절 입구의 금강역사상에서부터 산신까지의 많은 존재가 봉안되어 있다. 그러나 각 건물마다 주인이 다 다르다는 것을 불교신자가 아니면, 아니 불교신자라고 해도 그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불교가 전래되면서 책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건물을 짓는 일까지의 많은 문화와 예술을 꽃피웠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의 신앙 대상을 다 알고 믿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불교를 국교로 인정한 고구려 소수림왕때 이후 지속적으로 신앙되다가 새로운 시대인 조선왕조에 이르러 핍박받기도 하고 또 새로운 종교가 들어오고 산업화 사회가 되면서 산 속에 있는 절을 찾는 것은 법문을 듣기 위함이라기보다 주말의 휴식과 힐링의 장소로 방문되고 있다. 2천년의 역사를 지닌 불교! 불교의 여러 존상에 대한 이해를 시작해 보자.
  대부분의 사찰은 작은 개울을 건너도록 배치되었다. 그곳에 피안교를 설치하였다. 그곳을 건너면 사바세계를 떠나 부처를 만나게 된다. 금강역사상은 불교세계의 외호를 지키는 존재로 금강문이라는 곳에 배치된다. 이곳을 지나 천왕문이 있다. 천왕문은 사천왕상이 배치된 곳으로 사천왕상은 말 그대로 불교세계의 동서남북 방위를 지키는 존재이다. 동쪽은 지국천왕(持國天王)이라고 하여 칼을 쥐고 있고, 남쪽은 증장천왕(增長天王)이라고 하여 용과 여의주를, 서쪽은 광목천왕(廣目天王)이라고 하여 탑과 깃발을, 북쪽은 다문천왕(多聞天王)이라고 하여 비파를 들고 있다. 사천왕상은 모두 눈이 부리부리하게 튀어 나올 듯 묘사되었고 발에는 악귀를 밟고 있는 형상이다. 따라서 이곳을 지나려면 어린 아이들은 그 모습 때문에 매우 무서워한다.

 

                                                                          <석굴암 본존불 항마촉지인>

 

 

                                                                                    <항마촉지인>

 

                                                                                     <시무외여원인>

 

                                                                              <시무외여원인>
  천왕문을 지나면 탑을 만나게 된다. 탑은 부처의 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말하자면 부처의 묘이다. 이곳을 지나면 대웅전을 만난다. 대웅전이란 큰 영웅이 있는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부처의 법을 설하는 공간이라고 하여 법당, 금빛 옷을 입은 존재가 있는 곳이라고 하여 금당이라고도 불린다. 이 큰 영웅은 석가모니부처를 말하며 이 부처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또는 시무외 여원인(施無畏如願印)의 손 모습을 갖추고 있다(사진 1, 2). 또한 석가모니부처의 옆에는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함께 한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고 보현보살은 행(行)을 상징한다. 대웅전보다 격이 높은 대웅보전이 있다. 내소사 대웅보전과 같은...대웅전은 대부분 1불2보살을 봉안하였을 때, 대웅보전은 대부분 3불5보살을 봉안하였을 때, 또는 3불을 봉안하였을 때를 일컫는다.

                                                                      <비로나자불>

 

                                                                                   <지권인>

  대적광전이라고 하는 건물이 있다. 이곳은 주인공이 비로자나부처이다. 비로자나불은 지권인이라는 손갖춤을 하고 있다.(사진 3) 극락전은 주인공이 아미타부처이다. 아미타부처는 아미타구품인이라는 손갖춤을 하고 있다.

 

                                                                                      <아미타불>

극락전은 아미타부처(사진 4)를 주불로 하면서 그 사찰의 주불전일 경우 붙인 이름이고 부불전으로 봉안할 때는 미타전이라고 부른다.
  약사전은 약사불을 봉안한 곳으로 손에 약함을 들고 있다.(사진 5)

 

                                                                    <보스톤박물관 소장 약사여래불>

 약사불은 통일신라 말기, 조선시대 후기 등 전쟁에 의한 인명의 피해가 있을 때 열렬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약사불의 좌우에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함께 하는데, 이들은 머리에 달과 해 모양을 두르고 있어 구분할 수 있다. 미륵전은 미륵불을 봉안한 곳으로, 보살의 몸으로 도솔천에서 머물다가 미래에 석가모니불에 이어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의 부처이다. 
  이상은 불상이 건물의 주인이었을 때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보살이 건물의 주인이었을 때를 알아보기로 하자. 관음전은 관세음보살을 봉안한 곳이다. 우리 할머니들 무슨 일만 있어도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염불을 하던 그 관세음보살이다. 왜 할머니들이 한숨을 쉴 때마다 ‘관세음보살’이라고 하였을까? 그것은 관세음보살의 역할이 그렇기 때문이다. 관세음보살은 ‘세간의 음성을 관하는 보살’로 속세의 사람들이 고통 가운데 부르면 몸을 나투어 도와준다는 보살이다. 그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여 원만하게 일을 만든다고 하여 관음보살을 봉안한 전각을 ‘원통전’이라고도 한다.

 

 

                                                                                 <지장보살>

  지장전은 지장보살(사진 6)이 봉안된 곳이다. 명부전이라고도 불린다. 지장보살은 머리카락이 없는 민머리의 형상으로 때로는 천관(天冠)이라는 두건을 쓰고 있기도 하다. 손에는 석장을 쥐고 있기도 하다. 부처 입멸 후부터 미륵불이 나타날 때까지의 부처 없는 세상에서 육도(六道)의 중생(衆生)을 교화한다는 보살이다. 또한 시왕들과 함께 봉안되었을 때는 시왕전으로 불린다. 지장보살은 좌우에 도명존자와 무독귀왕과 함께 한다. 나한전은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존재로 주로 서역인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석가모니부처가 주불로 봉안된다.
  이 외에 산신각과 칠성각이 있는데 산신각은 산신을, 칠성각은 칠성신을 불교가 습합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세운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불교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건물마다 앉아 있는 부처가 모두 똑같은 부처인줄 알고 있었다면, 이제 각 건물마다의 주인이 다름을 설명해 주어 더욱 재미난 답사가 되길 바란다. 전경미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교수/ 문화재돌봄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