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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한국의 정원,순천

 

한국의 정원을 거닐면서 쾌랑쾌랑한 선비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소쇄원에서는 맑고 깨끗한 기운을, 윤증고택 정원에서는 누마루에 앉아 산중 정취에 젖어들곤 하지요. 명옥헌 정원은 배롱나무 꽃사이로 무릉도원이 그윽히 펼쳐집니다. 월궁 용궁 선계가 모두 펼쳐진 광한루에서는 지구촌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빕니다.

 

수면 위에 비친 그림자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경복궁 경회루와 아미산에서는 술잔에 시 한 수 읊고픈 심정입니다. 끝없이 말고 구김살없는 동해의 의상대,연못속에 아롱거리는 달을 감상케한 선교장 등을 통해서는 자유롭고 유유자적한 삶을 갈망합니다. 토끼 한마리를 건물에 새겨놓고 월궁에 닿고 싶어했던 옛 사람들의 욕망을 감히 저도 꿈꾸곤 합니다.

 

'천상의 정원’ , '하늘이 내린' 순천만에서 초청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히는 전남 순천만에서 부친 연둣빛 초대장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봄나들이를 서두르니 남녘의 꽃향이 저만치 마중을 나왔군요.

 

전남 순천시는 20일부터 6개월 동안 생태와 문화를 아울러 체험하는 마당인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펼칩니다.

150년 전인 1862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린 ‘그레이트 스프링쇼’ 이래 세계 각지에서 다투어 개최된 정원박람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순천이 처음입니다.

정원박람회는 폐막 뒤 시설을 철거하는 산업박람회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수목이 울창해져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미래지향형 박람회로 손꼽힙니다.

 

한국 정원의 미는 무위자연과 겸양의 미덕, 그리고 약간의 대비를 가미한 개성미라고 할 수 있으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순천주의(順天主義)' 정신이 내면에 흐르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에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이니라.(순천자는 존하고 역천자는 망하니라)라고 하지 않았나요.

맹자는 하늘을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고 했죠. 사람은 하늘이 준 자기 명대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스스로 위험한 일이나 악한 짓을 하면 비명횡사를 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악한 것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한국인의 숨결 순천만이 이제 ‘지구의 정원’으로 활짝 피어나는 이유입니다.

 

시간이 나시거든 숨 한 번 크게 쉬며 가슴으로 순천만을 담아보길 바랍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아득히 갯벌 가득 파도처럼 일렁이는 갈대숲의 사연들이 참 아름답고 마냥 평화롭군요. 순천만은 광활한 갯벌과 드넓은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보고라는 말이 실감나군요.

 

지금 저는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꽃보다 아름다운 살붓한 정원, 패러다이스 순천에서 똑똑 떨어지는 꽃물을 보며 봄 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