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섬 산악회 일행과 함께 금오도를 다녀왔습니다. 등산모임을 하던 친구들끼리 주제를 가지고 산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섬을 주제로 산행을 위한 산악회를 결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북 섬 산악회는 천천히, 느리게라는 모토로 아주 편안한 산행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남녘 섬 금오도는 빠르게 봄이 찾아왔습니다. 금오도 해안을 따라 조성된 길을 ‘비렁길’이라고 합니다. ‘비렁’은 전라도 사투리로 ‘벼랑’을 의미합니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비렁길’은 곳곳에서 많은 절경을 맛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함구미 선착장에서 시작된 1,2구간 ‘비렁길’은 8.5km에 이릅니다. 미역을 널었다는 ‘미역널방’은 해면에서 90m에 이르는 해안 절벽입니다. 그리고 절벽위 비렁길, 절터, 신선대, 초분, 두포마을, 굴등 전망대, 촛대바위, 직포마을에 이르기 까지 해안의 절경과 곳곳의 역사 문화 유적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금오도는 과거 봉산(封山)으로 지정 되었던 곳입니다. 조선 시대 특별히 관리되는 국유림을 금산(禁山), 봉산이라고 불렸습니다. 봉산은 경국대전에 의하면 성장한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하여 입산(入山)을 금지한 곳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금산이나 봉산은 같은 의미로 중복하여 사용 되었으나 봉산을 일반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봉산은 선박용 목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군사 요충지에 설정한 산림과 임산물을 채취, 배양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봉산은 대부분이 물길이 좋고 군사상 반드시 필요한 해안 및 도서에 설정되었고 해안가에 위치합니다. 주로 경상북도, 강원도에 집중적으로 분포합니다. 내륙의 봉산은 조선시대 재궁(梓宮)감을 쓰기 위해 강원도 황장봉산이 있습니다. 황장(黃腸)봉산은 왕실의 관곽(棺槨)을 만드는 재궁용의 황장목 소나무를 생산하는 곳으로 예조에서 관리하고 채취는 중앙에서 관리합니다. 율목(栗木)봉산은 밤나무인데 신주(神主)와 신주(新主)를 담는 함을 만드는데 사용되는데 과실을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진목(眞目)봉산은 참나무류를 말하며 배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참나무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정했습니다. 선재(船材)봉산 특정 수종보다는 배를 만드는데 필요한 목재를 채취하기 위한 봉산입니다. 의송(宜松)봉산은 의송산(宜松山)이나 의송지(宜松地)는 소나무를 기르기 적당한 곳을 말합니다. 송전(松田)·송림(松林)은 일상적인 소나무 숲과는 달리 국가에 필요한 소나무를 충당하기 위하여 지정한 봉산입니다. 임산물을 채취하기 위하여 봉산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삼산봉포(蔘山封標)는 국가에 필요한 산삼을 채취하기 위하여 지정한 봉산에 세운 것입니다. 그리고 향탄산(香炭山)은 능(陵)의 제사에 쓰이는 향목(香木)과 목탄(木炭)을 배양하기 위하여 나무를 하거나 짐승을 기르는 것을 금하는 곳입니다. 『조선의 임수에 기재된 전통마을숲 고증답사연구』2005.6
금오도는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쓰일 소나무를 가꾸기 위해 민간인의 입주를 금지하였던 봉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런데 태풍으로 소나무 숲이 훼손 되자 봉산을 해제하여 민간인의 입주를 허용하였습니다.
‘비렁길’ 1구간 끝에 위치한 두포(斗浦)마을이 있습니다. 두포마을은 마을 근처에 옥녀봉인데 옥녀가 이곳 상거리(뽕나무 키우는 곳)에서 뽕을 따다 누에를 치고 누에고치를 척도 하는 말(斗)이 있어야 한다고 하여 두포(斗浦)라 했다고 합니다. 두포마을 중앙에는 소나무숲 흔적이 보입니다. 4그루의 소나무만 현재는 남아있으나 옛날 방풍림으로 울창한 숲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렁길’ 2구간 마지막 직포(織浦)마을은 뜻하지 않은 마을숲 선물을 주었습니다. 굴등 전망대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이어진 2구간 ‘비렁길’에 촛대바위를 지나자 멀리서 직조마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조마을과 함께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마을숲이 함께 보입니다. 직조마을은 옥녀가 두포마을에서 목화와 누에고치를 가져와 이곳에서 베를 짰다고 하여 직포(織浦)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직포마을에 접어들었을 때 많은 일행을 품어 준 우람한 해송은 고향을 찾아온 사람을 반갑게 맞이한 당산나무와 같습니다. 직포마을이 들어섰을 당시 방풍림으로 조성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해송은 현재 30여 그루가 남아 있습니다. 부안 모항과 같이 해변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직포마을 해송 숲은 내에 집들이 자리 잡고 있어 보존에 보다 관심을 기울려야 할 듯합니다. 풍경화 같은 예쁜 직포마을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남녘의 봄을 흠뻑 품고 돌아왔습니다. 4월 섬 기행은 청산도입니다. 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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