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내리는 게 고드름처럼 차가운 게 볓빛인가. 사계절 철따라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고 새소리, 물소리가 합창을 하며, 밤이면 별들이 내려와 정원을 수놓는 곳에 위치한 별빛 뜨락은 침대에 누워서도 앞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가 된다.
겨울이면 작은 눈송이들은 별 대신,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할 터이다. 하지만 마음에 자리하며 또 마음을 울리며 내리는 게 있으니 바로 시심(詩心)이런가.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3시 전주 한옥마을 은행나무정(네거리 슈퍼 옆)엔 어김없이 별빛, 눈빛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온갖 시들이 살포시 내리면서 대지에 큰 울림을 선사한다.
‘새벽 편지, 님의 침묵, 행복, 진달래꽃, 수선화에게, 향수...’ 비영리단체 ‘시가 내리는 마을(대표 오서영, 예인전산시스템 대표)’가 지난해 8월부터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시심 젖은 마을로 길손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고.
하례춘시(夏禮春詩), 봄에는 시를 배우고 여름에는 예를 배운다고 했던가요,
“말 안해도 다 알지요, 어떤 시가 내가 해야 할 시 인지요”
오대표는 “첫번째는 두 번째을 위한 떨림이고, 두 번째는 세 번째를 위한 떨림입니다, 떨림은 곧 실수라고 하지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실수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이야말로 말달리는 사람입니다. 매달 한번씩 그렇게 사람들을 만아 뵙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은행나무정의 정기공연에선 김재남(전 교통방송 아나운서)씨가 사회를, 김현식(아름다운 사랑나눔대표)씨가 음향을, 변재호(사진작가)씨가 촬영을 맡은 가운데 시로 넘치는 뜨락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비록 전주시와 전북도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않는 이들 회원이라서 저마다 노 개런티로 모임을 꾸려가고 있지만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쁨 바로 그 자체다.
이들은 2012년 8월부터 은행나무정에 똬리를 틀고 변함없는 낭랑한 목소리에 한여름 솔솔부는 바람의 상쾌함 만큼이나 ‘시낭송의 즐거움 우리를 행복의 나라로’ 이끈단다.
“즐거움은 뭔가에 미쳐보는 것입니다. 미치려면 제대로 미쳐보아야 합니다. 그 열정이 우리를, 여러분들을 행복의 나라로 데려가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진명 전 전북도의회 의원, 김혜숙 전주시의원, 김명자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행정실장, 그리고 약사, 여성 CEO, 꽃집 사장에 이르기까지 전북지역에서 골고루 참여하고 있는 20 여명의 ‘시낭송천사’들은 늘 십시일반으로 빛깔 고운 시의 성찬을 만듦에도 불구, 시가 내리는 마을, 시가 무르익는 마을의 전령사가 됨을 당당하게 얘기한다.
사랑으로, 눈물로 다독거리는 손길로 시 노래 공연, 청중의 시 낭송, 시인과 대화의 시간 등이 마련되면서 시를 이해하고, 시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계속되면서 한옥마을의 애기똥풀에 햇살 고운 봄을 선물할 때에서는.
오대표는 ‘시적 감성과 감동을 공유함으로써 잃어버린 인간 고유의 품성을 회복시키는 기회가 됨은 물론 시낭송의 즐거움을 통해 정서를 순화하는 치유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필(feel)通아리, 필(fiil)통(統)하리‘로 한옥마을의 장승처럼, 솟대처럼 앞으로도 이름모를 무수히 사람들과 함께 언제나 할 것이라고 말했다.
詩中有畵 畵中有詩. 시와 그림은 본래 한 집안이나 진배없다. ‘畵中有詩’의 진경은 그렇게 오랜 갈망을 갈무리하고 더 깊이 떠날 듯하다. 그렇게 찾고 만나고 그려낸 풍경 속으로 기꺼이 나서본다. 시를 통해 그림이 서로 꿰찬 나들이가 참으로 그윽하지만 내 몫이다.
시야, 고마워. 나, 너를 죽는 날까지 붙들고 살게. 양쪽에서 타들어가는 촛불처럼 금방 타올랐다 꺼질 운명일지언정, 내가 사랑하는 대지를 밝히며, 스러지는 꽃들을 노래하리. ‘선운사에서’ , ‘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 순결한 말더듬이 같은 그의 시를 읽어 내려가던 20대가 떠오르시나요? 밑줄 그어가며, 시집 한 귀퉁이에 달뜬 감상도 적어가며 시를 읽던 우리는 그땐 청춘이었다. 여러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여러 시를 읽을 수는 있다.
아름다운 시심에 맘 내러 놓고 간다.별안개 은혜하는 어제의 시간속으로 그리움이 자라고, 다소곳이 다가서는 오늘속으로 키운 그리움을 껴안은 채 다소 높아진 마음을 오늘 만큼은 한없이 낮추어볼 일이다. 시심(詩心)이란 마음(是心)을 고스란히 전하는 것이 아닐런지. 그런게 마음은 어진데 행동은 왜 옆길로 가는가.
시가 햇빛이 되고 불빛이 되고 별빛이 되고 고향이 되고 나라가 되고 천국이되고 시 같은 인생, 시 같은 일생, 시같은 미래가 기약될 수 있을까. 뻐꾸기 함께 글 읽는 소리가 골목 저끝까지 낭낭하게 들리듯, 전주한옥마을에 또랑또랑 시를 읊은 소리가 골목 저끝까지 낭낭하게 들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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