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것이 어디 비단 꽃뿐이더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나 ‘꽃한송이’의 노랫말이 봄을 재촉하고 어느 새, 따뜻한 바람이 마당 햇살로 봄 마중을 가자고 조르지만 전주의 봄을 알리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전주의 봄은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과 함께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5일에서 5월 3일까지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영화의 성찬을 벌인다. 올해로 전주국제영화제가 사람으로 치면 벌써 중학교에 입학하는 14살이 되었다.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하던가? 중학생인 아이들의 추억도 사진을 보며 그때를 생각하듯, 해마다 영화제의 얼굴로, 돌사진처럼 역사를 담고 있는 포스터를 보며 찬찬히 뒤돌아보면 재미가 새록새록하다. 말 그대로 영화같은 14년의 세월이 그윽히 펼펴진다. 여러분이 보기엔 1회부터 이번 14회 까지의 포스터 중 어떤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드는가.
2000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공식 포스터로, 모두 2종이다. 디지털 세대를 형상화 한 첫 번째 포스터는 사이버 캐릭터의 모습을 담아 전주국제영화제가 추구하는 대안 영화, 디지털 영화를 주목하는 인간을 상징하고 있으며, 화사한 꽃들이 어우러진 두 번째 포스터는 새로이 탄생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메일에 쓰이는 골뱅이 표시(@)가 보인다. 이때만 해도 @가 디지털을 상징하는 기호와도 같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특이한 게 있다면, 이땐 전주국제영화제의 영문명이 Ch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이었다.
포스터 오른쪽에 있는 커다란 알파벳 J가 보는가? 2001년 제2회부터 영화제의 영문명이 지금과 같은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로 바뀌었었다. C로고는 이때 딱 한 번 썼다. 포스터에 있는 알파벳 J는 디지털 기호인 1과 0을 이용해 만들었다.
제3회는 2회 영화제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1과 0을 이용해 만든 디지털 J 로고와 영화제의 모토 세 가지(독립, 대안, 디지털)를 포스터 전면에 드러낸 가운데 빨간색과 보라색이 특히 강렬하다. 제1회부터 3회까지의 포스터가 디지털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제4회 영화제 포스터는 영화제가 열리는 전주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포스터 하단에 보이는 건물들이 현재와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천사가 들고 있는 카메라는 영화의 도시 전주를 상징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아래에서 위로 쭉 뻗어가는 불빛은 영사기의 불빛처럼 보인다.
제5회 포스터는 또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필름 조각들, 시선, 신나서 뛰어다니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같은 입체적인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역동적인 영화제의 느낌을 나타냈다. 마치 달리나 샤갈의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든 게 제6회 포스터다. 영화의 이미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문의 격자무늬 안의 각각의 사각형 조각을 스크린 삼아 이미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주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모습을 하나로 묶어 잘 보여주고 있다.
‘전주영화제’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색이라면 노란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회부터 6회까지는 노란색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제7회 포스터는 노란색이 가득하다. 디지털 매체에서 흔히 쓰이는 이모티콘 기호를 사용한 것도 포스터의 특징이며, 심지어 영화제 기간 표기도 평범하지 않다.
제8회 영화제 포스터는 포스터 공모 수상작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시선을 물들이다’라는 8회 영화제의 콘셉트를 물감이 폭발하 듯 번져나가는 이미지로 표현했다.
제9회 포스터는 영화의 거리를 중심 테마로 하고 있다. 포스터 오른쪽 아래에 그려진 영화의 거리가 보이지 않나? 영화의 거리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역동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세계의 영화들과 소통하는 느낌을 시각화했다.
제10회는 각각의 포스터에 있는 숫자 1과 0은 10회 째를 맞이하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나타내는 동시에 디지털의 1과 0을 표현하고 있다. 각각의 원이 선을 통해 이어진 모습이 특징이다.
카메라와 카메라가 마주 보고 있는 게 제11회 영화제의 포스터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누구나 영화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10회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두 종의 포스터를 이어 붙이면 11이란 글자가 표현될 수 있도록 했다.
제12회는 많이 익숙한 이미지가 보인다.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 왼쪽 포스터는 무언가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른쪽 포스터의 영화의 거리가 현실의 모습이라면 왼쪽 포스터의 영화의 거리는 가상의 모습이다.
제13회는 노란나비의 모습이 강렬한 포스터다. 한 마리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세상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나비효과’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한 편의 영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그런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13회의 나비가 새로움을 알리는 향기를 내뿜으며 우리에게로 다가왔다면,
올해의 14회 영화제포스터의 나비는 전 세계의 다양한 조각을 모아 하나의 나비가 되는 콜라보레이션을 선사하는 것 같다. 거대한 나비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함축하는 FI(Festival Identity)의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기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삼각형이 조합된 FI는 봄을 상징하는 ‘나비’의 모습과 극장의 ‘영사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FI는 영화제 기간 동안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유동적인 디자인으로, 봄을 상징하는 파스텔톤의 색상을 적용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요 장소와 거리에서 눈길을 사로잡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는 FI를 활용해 제작, 서로 다른 색감과 형태의 ‘나비’가 모여 큰 나비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이는 전 세계의 각양각색 영화들이 하나로 모여 영화제를 이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로 자리 잡은 영화제의 결속력과 더 큰 도약을 위해 다시 한 번 새롭게 날아오를 영화제의 다짐을 희망한다. 이제, 봄의 소리가 잘 들리는가?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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