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오수에서 오수천을 따라 내려가면 임실군 오수면 둔덕리 746번지에 구로정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남원부 둔덕방에 속했는데, 임실군 남면과 통합되어 둔남면으로 명칭을 바꾸어 불러오다가 나중에 오수라는 지명으로 바꾸어 지금에 이르렀다. 즉, 구로정은 행정구역상으로 둔덕리 방축마을 끝자락 적성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구로정(九老亭) 주변은 정상에 적성산성을 비롯, 단구대의 단구(丹丘), 구로장이소(九老杖履所), 회원명단과 삼계석문(三磎石門) 등의 암각서가 산재되어 있다.
이곳은 오수천과 율천(栗川), 오천(鰲川) 등 세 천이 합수되는 지점으로, 여기에 최치원의 글씨라고 전하는 ‘삼계석문(三磎石門)’ 암각서가 있는 것도 당연한 산물이다.
이 글씨는 쌍계사 진감선사비와 필의가 비슷하며 글씨는 약 7미터 넘은 큰 바위에 해서체로 새겨놓았는데, 글씨 크기나 필획이 튼실하여 한번쯤 가볼만 한 곳이다.
단구대는 바위의 색깔이 모두 자색을 띠고 있어 자단(紫丹)이라 하는데, 왼쪽과 오른쪽의 바위 색깔이 모두 자색이기 때문에 일컫게 되었다.
자단구대의 한쪽은 붉은 벽으로 세워져 있으며, 백 여척이나 되는데 자연적으로 높은 대가 이루어져 수십 사람이 앉을 수 있다. 대 아래에는 단구(丹丘)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구로회원인 최유지의 필적이다.
이 대 뒷산에는 적성(둔덕산성, 마을에서는 현재 옹산성이라고 부르고 있다)이 있고, 앞에는 대천대(對天臺)가 있으며, 동쪽에는 방장이 읍을 하고, 서쪽에는 동산이 고하고 있어 참으로 하나의 선경이 아닐 수 없다.
구로정은 1663년에 최휘지가 지은 단구창설사적기가 전하며 이곳에는 구로회 서문, 각종 시문이 많이 전한다.
구로정 회원은 장제(張㫼), 한빈(韓賓), 하득도(河得道), 한유(韓瑜), 장서(張曙), 장선(張暶), 하만리(河萬里), 최휘지(崔徽之), 최유지(崔攸之)로, 특히 젊은 이문규(李文規)도 같이 담론하며 교유한 곳이다.
구로회원은 당시 인근 마을에 사는 나이 60세 이상의 노인 9명으로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생신이나 가절이 되면 술잔과 소반을 제공하였다. 특히 술을 마시면서 자연의 경관을 읊은 시가 전하고 있다. 이때 지은 대표적인 시로써 오주 최휘지는 한 수의 시를 옮겨본다.
만고삼계동(萬古三磎洞) 태고적 부터 삼계동 있어
천교석작문(天敎石作門) 하늘이 가르쳐 돌로 문을 지었네.
고운사대자(孤雲四大字) 고운 최치원의 네 큰 글자있어
유여호선원(留與護仙源) 머물러 신선의 무릉도원 얻었네.
구로정 주변은 선경으로 많은 물이 모여드는 곳으로 산기슭은 아담하해 풍류를 즐기며 시를 읊은 지역 문화의 산실이었다.
지금도 구로회 후손들은 매년 봄날이면 이곳에 모여 선조들의 향을 느끼는 모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처럼 꽃피는 봄날 물길을 따라 한번 답사한다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지는 않을까. 김진돈 전라금석문연구회장/전북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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